오피니언 사설

[사설] '방산비리' 엄단하되 교각살우는 피해야

연이어 터지는 '방산 비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하다. 첫째, 예상보다 죄질이 나쁘다. 전현직 고위장교들의 개입은 나라 망신감이다. 입으로는 안보를 외치고 뒤로 제 잇속을 챙긴 일부의 파렴치한 행위 때문에 군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안보가 흔들린다. 두 번째는 마구잡이식 검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듯이 지금까지 밝혀진 비리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해외무기를 도입하면서 성능미달 제품을 납품하거나 단가를 부풀린 게 대부분이다. 아무렇게나 '방산 비리'로 부를 것이 아니라 '해외무기 도입 비리'로 바꾸자는 견해도 적지 않다.

관련기사



문제는 일방적인 조사가 야기하는 유무형의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당장 방산 수출실적이 크게 떨어졌다. 당연하다. 해외무기 또는 부품 도입에 국한된 비리를 마치 방위산업 전체의 비리로 인식되는 풍토에서 누가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 나서겠나. 보이지 않는 피해는 더욱 크다. 평생을 무기개발에 바쳐온 연구자들이 민관 나눌 것도 없이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대한 감사 결과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신제품의 연구개발 및 배치 주기에서 실제 전투장비와 실험용 장비에 대한 몰이해와 과도한 해석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고약한 점은 방산 비리와는 연관이 없는 사안이 '정부합동수사단'의 발표시기와 맞물려 비리 구조의 일부라는 식으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있다. 성과를 평가 받아야 할 연구인력들이 오히려 불명예의 올가미를 쓰는 환경에서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정부의 역할은 자명하다. 죄가 드러날 경우 군인연금 수혜자격 박탈 같은 초강경 대책을 세우되 열악한 여건에서도 성과를 냈다면 이에 걸맞게 대우해야 마땅하다. 방산 비리를 이적행위라 했던가. 있지도 않은 비리를 억지로 방산 비리로 몬다면 역시 이적행위다. 연구개발 의욕이 꺾이면 안보 또한 속으로부터 멍들 수밖에 없다. 옥석을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