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기가 둔해지고 사기가 꺾이고 군대의 힘이 소진되고 재정이 고갈되면 제후들이 그 피폐한 틈을 타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지혜가 있는 자라도 그 배후의 위기를 수습할 방도가 없다.’ 손자병법 작전(作戰)편에 보이는 구절이다.
경쟁상대는 언제나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더 무서운 상대가 나타날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힘 닿는 데까지 싸우는 것보다 용기 있게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두 발 전진을 위해 한 발 물러서는 지혜와 더 큰 일을 위해 머리를 숙이는 참다운 용기가 필요하다.
필드에서 가끔 티샷의 미스로 좌우 나무 숲속 깊숙이 볼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상급자는 타수를 줄이려는 의도로 질러 가려다 그러는 때가 있고 초보자는 샷의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슬라이스, 훅 등의 영향으로 곤경에 빠지는 일이 잦다.
이런 경우 누구나 그린쪽으로 조그마한 공간만 나 있어도 어떻게 해서든 곧장 공략하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단번에 그린에 올리는 멋진 장면만이 머리 속에 가득차게 된다.
그러나 성공확률 10%도 될까말까 하는 요행에 전부를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탄도와 방향이 아주 정확하지 않으면 현재 위치보다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최근 끝난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 타이거 우즈도 첫날은 숲에 들어갔을 때 그린을 공략하다 보기를 범해 스코어 손해를 봤다. 하지만 둘째 날 거의 그와 흡사한 경우가 왔을 때 그는 짧은 클럽을 이용, 페어웨이 가운데로 레이업(lay up)을 해서 3온 1퍼트로 깨끗이 파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정 훌륭한 지혜와 지도력을 가진 장수는 명예로운 철군도 마다하지 않는 법이다.
/MBC-ESPN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