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아마 대한민국 최고 갑부일 게다. 그의 재산을 얘기하는 건 무의미하고 그는 약 8,000억여원을 내놓아 삼성고른기회교육재단을 만들었다. 빌 게이츠 못지않다. 물론 이건희 회장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6년 불법대선자금과 정관계 로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불법 증여 문제 등의 논란이 있자 부랴부랴 천문학적인 돈을 내놓았다. 좋은 일이기는 한데 이 회장은 행복했을까.
여정숙. 서울 양천구 주민들이 만든 신정3동장학회 총무이자 봉사의 달인이다. 봉사현장 어디를 가나 그 여자가 있다. 신정3동은 20여년 전 목동신시가지가 재개발되자 그 철거민들이 모여들어 정착한 이주단지다. 이 지역의 슈퍼 주인, 도배사, 생선좌판 상인, 1톤 봉고 과일행상 등 60여분이 장학회 회원들이다. 이분들이 22년째 매달 1만~2만원씩 적립해 30여명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웃는 모습이 예쁜 여 총무는 내가 보기에 양천구 최고 미인이다.
차홍자. 신월3동에 사시는 올해 연세 90세인 독거노인이시다. 평생 김밥장사를 하시다 지금은 폐지를 수집한다. 지금까지 기부한 돈만 1억원이 훌쩍 넘는다. 당신은 김치쪼가리로 식사하시면서 폐지로 모은 돈에 노령연금∙기초생활수급비를 몽땅 기부해왔다. 얼마 전에는 나에게 신문지에 꼬깃꼬깃 싼 500만원을 갖고 오셔서 좋은 데 기부해달란다. 그 험한 일을 해오면서도 할머니는 참으로 곱게 늙으셨다. 얼짱 할머니다.
어느 청소부가 있었다. 이 사람은 언제나 웃으면서 일한다. 누가 가서 물었다. 어떻게 당신은 그 힘들고, 더럽고, 냄새 나고, 돈도 얼마 벌리지 않는 일을 하면서 웃을 수 있는가. 청소부가 대답했다.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하고 있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
정곡을 찌르는 말로 유명한 에머슨은 말한다. 세상 최고의 행복은 남모르게 선행했는데 이게 우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조금 속 보이기는 하지만 누군가는 이 멋진 장면을 소개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건희∙여정숙∙차홍자. 누가 대한민국 최고 부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