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재선이후 한미 통상관계에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세기 최후의 대통령이며 21세기 최초의 대통령이 될 클린턴의 재선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지난 91년 봄부터 시작된 미국경기 회복을 들수 있다. 이밖에도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후반기부터 공화당의 정책을 적극수용하여 민주당과 공화당간 정책의 차가 없어지게 되었다는 점과 공화당의 인기하락이 부수적인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의회선거에서는 야당인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 되어 여소야대의 세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공화당은 선거전보다 민주당과의 의석차가 작아져 공화당의 독주가 어렵게 되었다. 미국민들은 하나의 정당이 독주하는 것을 원치않는다는 메시지를 정치인들에게 보낸 것이다.
이번 결과로 의회는 보수 색채가 강한 공화당의 독주보다는 중도파 의원들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진다. 하원에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90년이후 당선된 의원의 비율이 약 7할 정도로 국제문제 보다는 국내문제에 더 높은 관심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외국과의 통상문제에 있어 국제정치보다는 미국내 사정을 중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 압력·마찰 격화 예상
클린턴대통령의 초기 4년간의 정책을 보면 정책의 일관성이 없었다. 전반 2년간은 민주당 다수의 의회를 상대로 의료개혁을 시도하는 등 리버럴한 색채가 강했으나 후반 2년간은 공화당이 의회의 주도권을 잡은 점을 감안하여 균형예산이나, 복지개혁등 중도주의적인 정책을 선호하였다. 앞으로 4년간도 비슷한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클린턴의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중동 평화문제, 러시아의 민주화 지원과 군축회담의 진행, 중국과의 관계개선, 북한 길들이기 등이 중요한 과제로 보여진다. 주요 국내정책으로는 균형예산, 교육개혁, 복지개혁, 범죄박멸, 선거자금 규제등을 들수 있다. 이중 가장 역점을 둘 공약이 균형예산이나 과거 5년반이 넘게 걸린 경기회복을 감안할때 클린턴 제2기 임기중 불경기가 올것이 거의 확실시 되어 달성하기 어려운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경기의 하강정도를 축소하기 위하여 미국은 수출에 지금 이상으로 주력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이런 정책은 교역상대국에는 압력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아 중기적으로는 통상마찰이 격화되리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대미 적자확대 대응부터
특히 미국에서는 통상문제가 의회의 권한인 점을 감안할때 의회에서 힘을 얻고 있는 민주당의 게파트의원등 통상문제의 강경파의 득세는 우리에게도 불안요인이다. 다만 미국의 통상정책이 결과중시형이 되고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미적자가 심각한 문제인 우리에게 약간의 여유는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것도 미국이 내세우는 자유주의 무역정책의 논리에 대항할수 있는 우리의 전략이나 전술의 개발이 전제될 경우에만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미국은 계속하여 우리의 관행과 제도가 국제적인 관례에 어긋난다하여 많은 개혁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반미 감정 싹트지 않게
한미간의 통상 현안인 통신, 자동차, 검사·검역제도, 주류에 대한 세금문제등의 해결도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다. 통신분야에서는 민간업자의 장비구매에 정부 불간섭보장을 포함한 새로운 통신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는 미국차에 대한 시장접근 확대요구를 농산물등의 검사 검역은 국제기준에 맞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류의 경우는 세율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미국의 요구가 이런 것들에 국한하지 않고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정간섭이나 우리의 독특한 문화에 뿌리를 둔 제도나 관행의 개선까지도 요구가 있을 것이다. 한국 통상정책 담당자들은 미국의 국내외정책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정치정세의 정확한 판단을 기초로 대미통상의 새로운 전략과 전술의 개발을 통하여 과거와는 다른 모습의 통상교섭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도 경제성장 가능성이 높으며 극동에서 가장 믿을만한 우방국 한국의 경제성장에 각별한 배려를 함으로써 중국과 일본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는 우방국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정책인가를 재인식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과도한 대한 통상압력은 우리 국민들에게 반미감정을 깊게 자리잡게 할수도 있으며 이것은 미국의 중장기적인 국가이익에도 결코 도움이 될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앞으로 4년간 외교분야에서 확실하게 리더십을 발휘하여 북한 길들이기와 한미통상 문제의 슬기로운 대처로 역사에 남을 업적을 쌓을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