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쌓아놓고 있어 자본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좋은 대기업들의 유보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기업그룹의 경우 사내 유보율이 자본금의 12배에 이르는 가운데 태광ㆍSK텔레콤 등처럼 유보율이 무려 300배에 달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보유현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경영혁신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진데다 수출호조 등으로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장사를 잘해 이익을 많이 내고 사내 유보금을 쌓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평균 109%로 낮아졌다. LH 등 공기업을 제외하면 부채비율이 94% 수준에 불과해 빚이 자본금보다 적은 이상적 재무구조를 실현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마냥 막대한 현금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업의 자산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을 쥐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마땅한 투자 대상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기존 생산시설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미래 신성장동력의 경우도 워낙 리스크가 커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투자에는 때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문제는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 및 동반성장 등이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자리하고 대기업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커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들이 가진 막대한 현금이 성장동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기업들도 현실안주에서 벗어나 미래준비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