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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유통회사 코스트코의 CEO 제임스 시니걸은 기업 환경 개선의 핵심 요소를 자본이 아니라 '사람'으로 봤다. 기업에 중요한 것은 성장이나 매출 실적을 뜻하는 숫자가 아니라 고유의 기업문화라는 것이다. 그 중 에서도 사람, 즉 직원을 돌보는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원이 해고와 같은 내부 위험에 대처하는 데 급급하다면 정작 외부 위험에는 역량을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이 같은 신념으로 30여년간 코스트코를 경영한 결과 직원들 사이에는 회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문화가 생겨났다. 사내정치라는 것도 없었고, 불안과 경쟁 대신 공감과 혁신이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8년에도 코스트코는 건재했고, 경기 침체가 계속됐어도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지금 코스트코는 미국 내 2위, 전 세계 7위의 소매업체다.
리더십 전문가로 베스트셀러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은 최근 출간한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원제 Leaders eat last)에서 이 같은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리더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돈을 벌기 위해 직원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직원을 성장시키기 위해 돈을 운영하는 데서 출발해 기업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라고 권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전권(Circle of Safety)'이다. 저자는 "안전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류의 기본적인 속성"이라며 "원시 부족이건 현대 기업이건 리더가 나를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면 조직원들은 조직의 비전과 성공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각자 살아남기 위해 불안에 떠는 대신 힘을 모아 위기를 돌파하는 기업문화를 만들라는 제안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현실은 반대다. 기업이 약해진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을 제물로 정리해고를 일삼는 것은 다반사다. 저자는 이를 초래한 눈에 띄는 사건으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항공관제사 1만1,359명을 파업 이틀만에 대량 해고해버린 일을 꼽는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단기적 경제혼란을 피하기 위해 대량해고라는 빠르고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위에서부터 암묵적 승인이 떨어지자 본격적으로 공공기관과 산업계에 구조조정 분위기가 확산됐다. CEO들은 손익을 맞추기 위해 직원을 대량해고 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저자는 "사람보다 수치나 자원을 우선시하는 사고는 인류학적으로 리더들이 제공하기로 되어 있는 '보호'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따끔하게 지적하며 "이는 마치 부모가 아이보다 자동차를 먼저 생각하는 격이며, 그랬다가는 가족이라는 조직이 산산조각 날 것"이라고 비꼬았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질 수록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관리대상으로 전락하는 비인간화가 전개된다. 그럴수록 우리에게 더 많은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진정한 리더십은 꼭대기에 앉은 사람의 요새가 아니라 집단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져야 할 책임감"이라며 "공식적 직위를 가진 사람은 더 큰 규모로 리더십을 발휘할 권한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 각자에게도 안전권을 튼튼하게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선장이 맨 마지막에 나왔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유이며, 이 때문에 국민들이 대통령을 원망하며 사과를 요구한 까닭도 이 때문이었다.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