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소비자 파산」이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신청됐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짊어진 기업들이 부채의 중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러 법원에 파산선고 신청을 하지만 개인이 신청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신청자인 교수부인 현모씨는 지난10일 금융기관과 사채업자에게 진 빚 2억6천만원을 면제해달라고 파산선고를 신청했는데 금융부채의 상당부분은 오빠가 빌려 쓴 카드대출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인이건 개인이건 파산선고 신청은 경제불황의 산물이다. 그중에서도 개인파산은 한정된 소득으로 무한한 욕망을 채우기 위한 과소비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실직이나 질병 등이 겹치면 빚은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날 수 있다. 미국의 비자카드회사가 최근 미국인들의 개인파산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파산의 원인은 과소비 30%, 의료비 17%, 실업 15%, 이혼위자료 12% 등의 순이었다.
그 점에서 지금의 우리사회는 개인파산이 속출할 수 있는 여건이 급속히 조성되고 있다. 경제의 장기불황으로 대기업은 물론 개인사업자들의 부도가 급증하고 실직자도 늘어나고 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과소비 풍조 또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씨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각종 신용카드를 이용해 손쉽게 빚을 얻어 쓸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카드회사들은 신용관리에 보다 철저를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올해중 카드이용액이 25조원에 이를 전망이고 6월말 현재 연체액은 3조원 규모다. 지난해의 카드사범은 1천4백27건으로 검찰기소 사건의 14%에 이르렀다는 통계도 있다.
개인파산이 흔한 미국의 경우 7월말 현재 카드빚 규모가 4천5백억달러에 이르고 올해중 1백10만명이 개인파산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도 거품경제의 여파로 지난해만도 4만여건의 개인파산이 신청됐다.
파산선고는 과소비나 재산도피의 혐의가 없을 경우에만 내려진다. 일단 파산자로 선고될 경우 그는 빚에서는 벗어나지만 경제·사회적으로 「식물인간」이 된다. 채무자에게 그런 불이익을 극복하고 재기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파산법이지만 이것이 악용될 소지도 없지 않다. 분수를 넘는 소비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이번 개인파산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