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 일명 브릭스(BRIC'S) 국가 중 유일하게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던 러시아가 경제 개선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23일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경제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에너지 수출로 인해 괄목할만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전 세계적인 골치거리로 부상한 재정적자 측면에서 강한 회복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고 러시아의 경제 회복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전일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S&P도 재정적자 개선 흐름을 이유로 들어 러시아의 외화표시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향후 몇 개월 내에 현재 'BBB'인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매우 튼튼한 재정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S&P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3계단 정도는 상향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재정 강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라고 평했다. 실제 러시아의 11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대비 1.5% 증가하며 200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7월 -5.4%까지 내려갔던 실질임금(전년 대비 기준)도 11월에는 -0.7%까지 회복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러시아의 대출 금리도 200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브라질 금리보다 낮아진 상태다. S&P가 산정한 국가신용등급 기준으로도 러시아는 'BBB-'를 보이는 인도, 브라질보다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는 이유는 천연가스, 석유 등 에너지 수출 호조세에서 찾아야 한다. 이고르 세친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주 "러시아가 당초 전망보다 31% 증가한 590억 달러의 예산을 올해 에너지 수출로 인해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너지 상품 수출은 러시아 총 수출의 70%를 차지한다. 올해 러시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9%를 기록하며 십 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상태로 전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당초 전망보다 1~2%포인트 낮아진 것이며, 2011년 내에 균형 회복이 예상된다는 전망을 받을 정도로 강한 탄력성도 예고하고 있다. S&P는 "원유 가격이 배럴 당 60달러를 하회하거나 부가적인 외부 충격이 없다면 러시아는 오는 2012년 내에 흑자 예산을 실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러시아 경제는 내년과 후년에 각각 4.5%, 5.5% 신장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할 때 러시아의 재정적자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일 가격의 변동성과 은행 시스템의 취약성, 유럽 기준 최저 수준인 생산성 등은 나라 경제를 다시 옥죌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러시아는 지난 1년 사이 2,000억 달러 이상의 보유외환 손실을 기록하고 자국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35% 가량 폭락하는 등 경제위기로 인해 심각한 진통을 겪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