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전 시장에서 삼성 제품의 점유율이 오르는 데 스마트폰의 성공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른바 '갤럭시 효과'가 삼성전자 가전 제품의 브랜드 신뢰도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티븐슨컴퍼니에 따르면 미국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올 2ㆍ4분기 점유율은 10.5%를 기록, 5년 전의 2.3%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세계 1위 가전 업체인 월풀의 시장 점유율이 35.9%에서 30.4%로 줄어든 점에 견줘보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5.9%로 지난 5년 사이 3%포인트 줄었다.
WSJ는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냉장고ㆍ세탁기 등 가전 시장에서도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이 삼성의 생활 가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데는 광고의 역할이 컸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미디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자사 제품을 알리는 데 6억1,100만달러를 썼다. 이는 월풀보다 10배가량 많은 규모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혁신 동력이 가전 분야에도 적용돼 제품 성능에서 질적 개선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갤럭시 효과'로 뽑을 만하다. 실제 삼성의 냉장고ㆍ세탁기ㆍ건조기 등은 미국 소비자단체인 JD파워가 지난해 실시한 소비자 가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롱보리서치는 "스마트폰에 대한 한국인들의 잦은 변덕이 제품의 혁신을 이끌고 이 같은 기술이 가전 제품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가전 시장에서 삼성이 달성한 성과는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감수해야 할 장애 요인들을 극복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다. 월풀이나 GE와 달리 삼성은 미국 주택 업체와의 협력 관계가 약해 주택 시장을 활용한 대량 공급이 어렵다. 또 미국 현지에 본사를 둔 업체와 달리 삼성의 가전제품은 대부분 아시아나 멕시코에서 생산된다. 상대적으로 긴 공급 라인이 소비자로의 빠른 배송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올 초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은 "2015년 가전 분야에서 180억~2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의 일환으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미국 리서치업체 '샌포드 번스타인'은 2015년 삼성의 가전 제품 판매액이 140억달러를 기록, 지난해 대비 18% 늘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