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승부 대신 숨바꼭질을 벌여온 로리 매킬로이(23ㆍ북아일랜드)와 루크 도널드(35ㆍ잉글랜드)가 잉글랜드에서 맞닥뜨린다. 25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남부 서리(Surrey)의 웬트워스 클럽(파72ㆍ7,302야드)에서 개막하는 유러피언 투어 BMW PGA 챔피언십(총상금 450만유로ㆍ우승 상금 75만유로)이 그 무대다. 매킬로이의 세계 랭킹 1위 수성이냐, 2위 도널드의 탈환이냐를 놓고 명승부가 예상된다. 지난 3월 매킬로이가 미국 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뒤 매킬로이와 도널드는 각각 다른 대회들에 출전, 벌써 네 차례나 1ㆍ2위를 맞바꾸며 혼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가 이번 대회에서 2위 이상을 기록하면 매킬로이가 우승하지 않는 이상 세계 1위를 되찾는다. 또 매킬로이가 컷 탈락할 경우 도널드는 8위 이상만 해도 랭킹 1위 자리를 뺏을 수 있다. 도널드가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인 점, 최근 3년 연속으로 우승자가 잉글랜드 출신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도널드의 뒤집기에 시선이 쏠린다. 도널드가 생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던 것도 1년 전 이 대회 우승 직후였다. 더욱이 매킬로이의 경우 지난 14일 끝난 미국 투어의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4오버파 뒤 컷 탈락한 쓰라린 기억이 가시지 않았다. 묘하게도 이번 BMW PGA 챔피언십은 '유럽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으로 불리는 메이저급 대회다.
매킬로이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 왔다"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 1위를 수성한 뒤 다음달 중순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해, 황제 자리를 굳건히 한다는 게 매킬로이의 시나리오다. 도널드 또한 "필드 밖에서 (매킬로이가) 친한 친구지만 필드에서는 서로에게 질 생각이 없다"고 출사표를 던진 뒤 "스케줄이 엇갈려 올 시즌 자주 부딪치지 못했지만 그 때문에 이번 대결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세계 1위 다툼에서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세계 3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7위 마틴 카이머(독일), 10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12위 샬 슈워즐(남아공), 15위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 등 톱 랭커들도 총출동해 매킬로이ㆍ도널드의 양강 구도 흔들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