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국 똥국… 맨~날 똥국!"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 허욱(우승민)은 점심 메뉴가 '똥국'이라는 후임 병사의 말에 불만을 터트린다. 시사회 도중 '똥국'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여성관객은 "사람들이 도대체 왜 웃는 거지?"라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 이들은 무를 넣고 된장을 멀겋게 풀어 끓여낸 군대식 된장국을 속칭 '똥국'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틀림없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에게 군대 문화는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다. '군바리' 정서가 수컷들의 유전자에 스며들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셈. 하지만 여자들에겐? 전혀 아니다. 오죽하면 여자에게 딱지 맞고 싶으면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를 하라고 했을까. 그런 이유에서 군대 이야기는 영화 소재로 찬밥 취급을 당하곤 한다. 실제 군대 영화는 그 동안 신통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게 사실. 하지만 20대 젊은 여성 관객을 위한 '신세대 국방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한때 바람둥이였던 연하남 원재(장근석)는 종합병원 물리치료사인 연상녀 효정(손태영)을 두고 입대한다. 같은 날 닭살 커플인 은석(김산호)도 진아(유인영)를 남겨놓고 군에 간다. 자신을 짝사랑 하는 보람(장희진)의 진심도 모른 채 훈련소에 입소하는 인디밴드 기타리스트 민철(데니안). 저마다 사연은 달라도 사랑하는 이를 남겨놓고 '국가의 부름'을 받는다. 그러나 남겨진 여인들에게 2년이란 시간은 길기만 하다. 게다가 주변에선 능력 있는 남자들이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휴가 나온 원재는 효정이 자신을 귀찮게 여긴다고 생각해 다투게 된다. 군대간 남자를 기다리는 여우들의 '앙큼한 수다' 같은 이 영화는 기존에 선보였던 칙칙한 국방색 영화와는 '때깔'부터 다르다. 장근석ㆍ장희진ㆍ유인영ㆍ김산호 등 최근 주가가 오르는 신세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히 짝사랑하는 여인의 섬세한 심리를 실감나게 표현한 장희진의 연기력이 한층 성숙된 느낌. 더욱이 군대 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오늘날 젊은이들의 진솔한 고민이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려낸다. 장면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은 보너스. 그렇지만 여러 커플의 에피소드를 다루다 보니 이야기가 다소 산만할 뿐 아니라 결말 부분이 엉성한 게 아쉬운 대목이다. 15세 이상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