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시 벼랑끝이 보이나(사설)

환율이 연일 상한선을 치면서 1천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도 폭락을 거듭하다가 겨우 4백97.22포인트에서 일단은 진정됐다. 외환·주식시장이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졌다.금융시장의 불안은 기아사태의 장기화에 이은 대기업들의 도산에서 비롯됐지만 정치불안마저 겹쳐 위기감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남아 경제불안이 세계증시를 강타하면서 외국인의 투기성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투자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불안감은 오히려 증폭돼가고 있다. 투자자들 가운데는 요즘들어 신경정신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공황증후군(신드롬)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투기성자금인 핫머니와 국내 투자 환경이 꼭 같은 것만은 아니다. 국내투자자들이 그들을 뒤따를 이유는 없다. 외국인 핫머니는 환투기와 증권투기를 겸한 고도의 투기성 자금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환투기가 목적이 아닌 주가의 장래를 보고 투자해 왔다. 그동안 주가가 엄청나게 떨어져 액면가를 밑도는 주식도 상당수 생겼다. 앞으로 더 떨어질 여지가 없을 만큼 완전 바닥에 왔다고 볼 수 있다. ○환율폭등 겹쳐 공황증후군 환 투기에 연계된 핫머니의 증시이탈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하는 견해도 있다. 본래 핫머니는 전세계를 상대로 조금이라도 수익이 생길 만한 곳이면 파고 들어갔다가 손해 볼 기미만 보이면 곧 철수, 이름도 그렇게 붙여진 것이다. 지난 93년 한국에 밀물처럼 유입된 핫머니가 썰물로 변한 것은 국내불안이 요인이나 동남아 경제불안과 미국조류의 한난차가 크기 때문이다. 아직도 개도국 경제는 고수익이 기대되고 있다. 선진국의 강한 경제력이 개도국에 대한 투자매력을 잃었다고 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선진국의 2∼3배에 가까운 고수익의 채권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면 썰물처럼 빠진 외국인투자가가 다시 밀물처럼 몰려올 수도 있다. 다만 정책의 신뢰회복과 불안해소가 문제다. ○기아사태 조속해결이 열쇠 최근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자행주식을 매입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고 한다. 주가가 액면가인 5천원에도 훨씬 미치지 못해 애사심의 발로인지, 이때야말로 주식투자를 할 시기라는 재테크의 방편인지 알 수는 없다. 어떻든 주가가 바닥인 것을 보면 가능성 있는 투자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경제가 차츰 수출이 늘고 적자 폭이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율이 폭등, 환 차손으로 기업들마다 아우성이고 물가도 불안하다. 반면 환율이 오른만큼 수출은 자극을 받고 수입은 억제될 것이다. 아쉽기는 94년부터 적자가 확대되기 시작할 무렵 환율을 서서히 올려 적자 확대를 막았어야 했다. 지금은 적자가 늘고 환율이 갑자기 폭등, 부담이 너무 크다. 일부에서는 공황의 시작으로 보는 분석도 나와 있다. 불확실한 요인이 너무 많지만 우리경제가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증시를 가라앉힌 기아사태도 너무 늦었지만 풀려 나가고 있다. 장기투자자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증시가 당국의 부양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백약이 무효인 증시대책을 지양하고 경솔한 정책판단을 반성해야 한다. 실기하는 정책도 고쳐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신뢰회복,돌아오는 증시로 정부는 그동안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방치해 놓고 지엽적인 응급대책으로 주가회복을 기대했다. 기아사태를 너무 오랫동안 못본 채 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다. 대기업들의 부실화로 금융시장이 멍들고 있는 상황도 방치, 정부가 오히려 경제불안을 부추긴 셈이 됐다. 그런데도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하부구조는 그냥 놔둔채 한은과 감독기구의 위상,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을 놓고 줄다리기만 해왔다. 하부구조가 부실, 부실금융이 판을 치고 있는데 겉모양만 놓고 재정경제원과 한은이 「밥 그릇」 싸움만 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경쟁력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금융시장의 하부구조는 기업의 부실화를 막지 못했으며 증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우선 누가 해도 할 일인 하부구조의 개조부터 손을 대야 한다. 어음결제제도의 불안을 시정하고 기업의 재무상태를 항상 파악, 여신관리를 건전하게 할 수 있는 금융시장을 만든 뒤에 그 위에 업무영역을 따지고 감독기능을 따지는 것이 순서다. 증권시장도 투자자를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 업적주의로 고객을 확보하는 데만 치중할 일이 아니라 고객이 이익을 바라보며 손실을 회피할 수 있도록 정보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증시에 사람이 돌아온다. 투자자도 불안한 증시구조에서 뇌동매매를 피해야 한다. 객관적인 증시정보를 따라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