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위산업 수출이 드디어 1조원을 돌파했다. 산업연구원이 집계한 '방위산업 통계 및 경쟁력 백서'에 따르면, 2012년 방산수출 규모가 1조1,04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9%나 증가했다. 더욱이 지난해 방산수주 규모는 전년 대비 무려 45%가 늘어난 34억달러를 기록해 향후 방산수출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
정부는 모든 방산제품 기업의 적정 이익을 보장하고 있고 정부 총 조달금액의 70% 이상을 국내업체에 배려해왔다. 예산측면에서도 올해 국방예산규모는 35조7,000억원으로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이 중 방위산업 발전과 무기획득에 투입되는 방위력 개선비는 10조5,000억원이며 여기서 약 20%는 첨단 무기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위산업의 실상은 어떠한가. 국내 방위산업의 생산규모는 2012년 기준 약 10조9,000억원으로 국내 40위 기업 정도의 매출수준에 불과하며 제조업 생산액의 0.6%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4.6% 증가했지만 성장률이 제조업보다 2.4% 포인트나 낮다. 방산제품의 저조한 수출경쟁력도 문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방위산업의 기술 및 품질경쟁력은 선진국의 85~88%, 가격경쟁력은 82% 수준에 불과하다. 수출 비중은 생산액의 10%에 그치고 있고 여전히 방산 기업들의 85% 이상은 가격경쟁력 저하로 수출을 기피하고 있다. 특히 생산의 90%를 국내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내수 편향적 생산구조를 감안할 때, 방산업체들 입장에서는 최근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정부의 국방비 감축 메시지로 보일 수 있다. 또한 방산 수입규모는 여전히 세계 2~4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과 수출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방식 때문이다. 현행 생산보조금(원가+α) 제도는 원가가 높을수록 기업에 높은 보상을 제공하므로 방산기업에 경쟁회피와 원가 부풀리기 유혹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수출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정책실패를 유발해 시장왜곡을 더욱 확대시킨다.
방위산업의 낙후된 구조를 일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정부 지원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먼저 차별 없이 지원되고 있는 현재의 생산보조금 방식은 국가전략 기술과 제품군으로 한정하고 나머지는 시장경쟁에 맡겨야 한다.
둘째,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개발 전략을 통해 방산기업 스스로 원가절감과 투자를 유도하고 정부 재정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셋째, 민군기술융합의 적극적인 추진을 통해 방위산업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무기개발 R&D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제도개선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방위사업청의 역할과 기능이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해야 한다. 그동안 국방부를 위한 무기조달·획득 기능에서 수출을 포함한 산업적 관점에서 정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지난 2월 말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한 방위사업법은 방위사업청의 전문성 강화와 함께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무한 경쟁체제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며 그 혜택은 온 국민이 누리고 있다. 이제는 방산기업도 그동안 누렸던 수혜자 입장에서 '방산 메이드인 코리아'의 세계시장 석권을 통해 국민에게 그 과실을 돌려줘야 한다. 생산자 입장에서 볼 때 방위산업은 일반산업과 많이 다르지 않다. 수요자가 조금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