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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실손의료보험료가 5% 안팎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손의료보험은 보험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을 때 발생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극심한 손해율(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 비율) 악화로 지난해 대비 참조위험률이 크게 오른데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5년간의 보험료 인상 유예기간이 끝나 보험료 인상 여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이 가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어 인상 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최근 손보업계에 지난해보다 8.8% 오른 참조위험률 산출치를 전달했다.
참조위험률은 보험금 지급혜택 등을 보장해주는 최대 연령을 정해놓은 지표다.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보험상품을 만들고 보험료를 산정한다.
참조위험률이 8.8% 올랐다는 것은 시장 상황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이론적으로 보험료 역시 8.8%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과도한 보험료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손보사마다 처한 경영환경이 달라 가격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인상 폭은 5%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손보사 고위관계자는 "손해율을 감안하면 10% 이상 인상도 불가피하지만 감독규정에 따르면 10% 이상 보험료 인상은 당국의 승인을 받게 돼 있어 불가능하다"며 "참조위험률보다 낮은 선인 5% 내외에서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독업무시행세칙 제5-16조는 "실손의료보험 참조순보험유율 변경폭이 10%포인트가 넘을 경우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실손의료보험이 인상되면 6년 만의 첫 보험료 인상이 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9년 '실손보험 표준화'를 시행하면서 표준화 이후 판매된 상품의 보험료 갱신주기를 5년으로 연장했다. 일종의 보험료 인상 유예기간인 셈인데 보험료 인상의 근거가 되는 참조위험률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5년간의 누적통계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유예기간은 올 10월을 끝으로 5년을 채웠다. 내년부터는 보험료 인상 명분이 주어진 것이다.
바닥까지 추락한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보험료 인상의 또 다른 근거가 되고 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2010년 114.7%였던 손해율은 2011년 119.0%로 악화한 데 이어 2012년 120.8%, 2013년 122.2%로 치솟았다. 이 기간 동안 보험료가 동결됐고 실손의료보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병원치료 후 의료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값인 합산비율이 100%를 넘는 것도 문제인데 손해율 하나만 120%를 넘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손보업계의 최대현안인 자동차보험 누적적자만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손보업계는 현재 막바지 조율 중이다. 특히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보험료 인상의 당위성을 놓고 금융당국과 치열한 논리공방을 전개하고 있다. 신규가입자의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새로운 참조위험률이 적용돼 이전보다 비싼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며 기존 가입자들은 갱신시점에 맞춰 보험료가 인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