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주간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도시 오거스타는 골프 열기로 달아오른다. 전세계 골프 팬들도 ‘골프 명인(名人)’들의 열전에 가슴이 설렌다.
마스터스 토너먼트 영구 개최지인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ㆍ7,435야드)은 신비로운 매력을 품은 채 75번째 그린재킷의 주인을 가릴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는 역대 우승자를 비롯해 최근 5년간 메이저대회 우승자,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 등 100여 명의 정상급 골퍼들이 출전해 7일(한국시간) 오후부터 기량을 겨룬다. 한국 및 한국계 선수도 역대 최다인 8명이 출전한다.
◇우즈 vs 미켈슨= 최근 10여년 동안 마스터스는 타이거 우즈(36)와 필 미켈슨(40ㆍ이상 미국)의 대결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즈가 처음 우승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우즈(4승)와 미켈슨(3승)이 절반인 7차례나 그린재킷을 나눠 입었다. 범위를 최근 10년간으로 좁히면 6승으로 승률이 더욱 높아진다.
우즈는 12타 차라는 경이로운 우승을 차지한 1997년을 시작으로 2001년과 2002년, 2005년 대회를 제패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코스 길이를 늘리고 나무를 심는 등 난도 높이기에 적극 나서도록 만든 장본인일 만큼 코스에 강점을 보여왔다. 섹스 스캔들 이후 복귀 무대로 삼았던 지난해 대회에서도 공동 4위를 차지한 그는 일찌감치 연습 라운드를 치르며 우승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스윙교정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 2005년 이후 이곳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점이 예전과 달리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지 못하는 이유다.
미켈슨은 2004년과 2006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최근 6차례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했다. 작년 이 대회 뒤로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했던 그는 마스터스 전초전이었던 지난주 셸 휴스턴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샷 감각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다.
◇유럽 vs 미국= ‘골프 냉전시대’를 맞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자존심 대결도 볼 만하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미켈슨이 마스터스에서만 우승했을 뿐 4대 메이저 가운데 3개는 북아일랜드의 그레임 맥도웰(US오픈), 독일의 마르틴 카이머(PGA챔피언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루이 웨스트호이젠(브리티시오픈) 등 유럽세가 차지했다. 5일 현재 세계랭킹 10걸에도 유럽이 6명, 미국 선수가 4명 포함돼 있다.
이번 대회에서 유럽 선수로는 세계랭킹 1위 카이머와 2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된다. 웨스트우드는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린다. 여기에 맞서는 미국은 미켈슨과 우즈를 필두로 장타자인 더스틴 존슨, 버바 왓슨, 헌터 메이헌, 리키 파울러 등이 힘을 보탠다. 세계랭킹 상위 6명 가운데 이 대회 우승자는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승 다툼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코리안 군단도 주연급= 최경주(41ㆍSK텔레콤)가 올해까지 9년 연속 초청장을 받은 한국골프도 그린재킷에 도전한다. 2004년 3위를 차지했던 최경주는 지난해 우즈와 나흘 내내 동반 플레이를 한 끝에 공동 4위에 올랐다.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39)도 지난해 공동 8위에 오르며 선전을 펼쳤다.
이 대회에서 3위까지 올랐던 재미교포 앤서니 김(26)은 지난주 셸 휴스턴오픈에서 최종일 공동 13위로 밀렸지만 3라운드까지 선두권을 달렸다. 재미교포 케빈 나(28)와 2010년 일본프로골프 상금왕 김경태(25ㆍ신한금융그룹)도 깜짝 활약의 기대를 모은다. 2010 브리티시아마추어 골프대회 우승자인 정연진(21), US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 우승자인 재미교포 라이언 김(22ㆍ김준민),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스탠퍼드대학생인 데이비드 정(21)도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