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글로벌스탠더드의 허와 실] 강대국 '그들만의 논리' 강요

IMF이후 고강도 구조조정 잣대 역할<br>KT&G 사태로 또 타당성 논란 일어


[글로벌스탠더드의 허와 실] 강대국 '그들만의 논리' 강요 IMF이후 고강도 구조조정 잣대 역할KT&G 사태로 또 타당성 논란 일어 김영기기자 이철균기자 현상경기자 young@sed.co.kr 관련기사 • 미국식 무분별 수용 禍불렀다 • 세계는 '경제 애국주의' 열풍 • '선진국 수준'이 아메리칸스탠더드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한복판으로 들어선 지난 98년 9월2일. 시중은행의 해외 매각을 안건으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던 김대중 대통령은 무거운 톤으로 입을 열었다. “서울ㆍ제일은행 가운데 한 곳은 빨리 매각하세요.” 4개월 후인 12월31일.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17조원의 혈세를 퍼부었던 제일은행을 단돈 5,000억원에 팔아 넘겼다. 그는 헐값매각 시비가 거세게 일자 “시장이 정해주는 게 가격”이라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논리를 꺼냈고 “소방관이 목숨 걸고 불을 꺼놓았는데 주인은 오히려 화단을 망쳤다고 질책하는 식”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말처럼 경제관료들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8%’라는 강대국이 던져준 새로운 생존 기준으로 수술을 집도했고, 여기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상호지급보증 해소,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개혁방안을 강력히 추진해 대기업들이 무장해제되고 경영권이 외국 투기자본의 놀이도구가 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인수 시비, 소버린과 칼 아이칸의 공습은 어쩌면 IMF 체제가 가져온 예고된 ‘소화불량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우연의 일치일까.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처방전은 그때마다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녔다. 풋백옵션에서 집중투표제에 이르기까지…. 아이에게 어른 옷을 입히듯 너무나 생소했던 선진국만의 규율이 우리를 옥죄었다. 환란 7년 만에 글로벌 스탠더드는 경제정책에 금과옥조 같은 지향점으로 자리했다. KT&G사태 한달여. 글로벌 스탠더드를 둘러싼 공방은 또 한번 우리 경제주체간 언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방어책이 필요하다는 여론과 이에 대항해 표표히 ‘노(No)’를 외치고 있는 한덕수 경제 부총리. 논쟁의 강도와 방식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정부가 운신을 못하는 사이 국회에서 먼저 ‘한국판 액슨플로리오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과다할 정도로 국수적인 틀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논쟁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내와 외국인에 동등한 잣대가 적용되도록 ‘코리안 스탠더드’로 바꿔야 한다(이수희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는 논리와 “외국의 눈치 때문에 안 된다(재경부 고위당국자)”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냐 코리안 스탠더드냐 하는 논쟁은 이처럼 우리 경제의 밑바닥을 흔들 만한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도 무조건 글로벌 기준만을 외칠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일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최흥식 금융연구원장은 “정부 정책도 말로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쳤던 면이 있다는 점을 되새기고 국민적 컨센서스를 차근차근 모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03/13 17:09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