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추가 절하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1% 가까이 떨어진 상태이며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지난 2005년 페그제 폐지 이후 처음으로 연간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을 달러화에 고정하는 페그제가 없어진 후 위안화 가치는 30% 상승했으며 지난해에만도 4.5% 올랐다.
실제로 홍콩의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선물은 투자자들이 연간으로 위안화 가치가 1.4% 하락하는 쪽에 베팅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7월 초 0.9% 하락을 예상했던 것보다 절하폭이 더 커진 것이다.
애널리스트들도 위안화 가치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올해 초 연말까지 위안화 가치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측했던 소시에테제네랄(SG)은 중국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1% 하락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중국 시틱은행 홍콩지점은 당초 위안화가 올해 1%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달 초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하향 조정했다. 총위쿤 SG아시아 환율투자전략가는 "위안화 절하에 대한 베팅이 모멘텀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경제가 둔화하고 있는데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인민은행은 4월 위안화 일일변동폭을 기존 상하 0.5%에서 1%로 확대해 투자자들이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를 키웠다.
또 27일 발표된 중국 제조기업들의 7월 수익은 전년 대비 5.4% 하락해 중국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2ㆍ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7.6%로 3년 사이 가장 저조했다.
위안화 절하 움직임은 특히 경기가 급속도로 둔화되기 시작한 7월 이후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타격을 받은 수출을 살리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지도부 교체가 예정된 상황에서 강력한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하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위안화 약세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면서 수출 경쟁력을 높였다고 비난해왔다. 이 때문에 위안화 약세는 완만하게 나타날 것이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안화 국제화의 추세를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