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납치되던 날 미국 주재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동시에 근무지를 이탈해 사라졌었다."
인터넷사이트 '시크릿 오브 코리아'로 재벌과 권력의 비리를 고발해온 언론인 안치용씨가 박정희 시대 대미 로비의 실체를 다룬 '박정희 대미 로비 X파일'(전2권)을 출간했다. '박정희 대미 로비 X파일'은 ▦미국이 박정희 집권 시절에 청와대를 도청한 사실 ▦박정희가 타고 다니던 방탄 리무진을 CIA가 제공한 일 ▦월남전에 파병한 한국군을 철수할지 에 대한 박정희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이 청와대를 도청하다 불법 대미 로비 사실을 포착했으나 도청 사실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로비 수사에 나서지 않았던 사실 등에 관한 증거를 공개했다.
FBI가 작성한 정보메모는 '극도로 민감한 정보소스'를 통해 입수한 정보이므로 이를 바탕으로는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도로 민감한 정보소스란 미국이 청와대를 도청해서 얻은 정보라는 뜻이다.
또 박정희가 타던 방탄 리무진인 캐딜락 프리트우드 68은 미국 CIA가 제공했다는 충격적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CIA가 그 리무진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박정희의 모든 것을 밀착 감시했을 가능성과 CIA가 하원정보위원회에 보낸 정보유출 항의서한 등도 물증으로 제시했다.
특히, 국무부 비밀전문을 통해 청와대 도청 사실이 미 언론에 대서특필됐음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정권은 미국에 단 한마디 항의도 못하고 제발 도청 사실을 부인해달라고 애걸복걸했던 사실도 밝혀냈다.
책은 모두 명확한 증거와 관련 자료에 근거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적어도 수 천여 건 이상의 공문서를 일일이 찾아 검증하고, 그 중 70여 매의 비밀문서를 책에 실었다. 특히 코리아게이트를 조사한 위원회의 보고서 보다는 청문회에 제출된 1차 자료들을 최우선으로 참고했다.
이는 첫째, 'NO EVIDENCE, NO STORY'라는 저자의 취재 원칙에 따른 것이며, 둘째, 코리아게이트라는 진실에 더욱 깊이 접근하기 위해서였다고 책은 주장한다.
아울러 저자는 박정희 시대의 대미 로비와 코리아게이트는 잊혔다기 보다는 묻혔던 진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아직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던 실체, 한 번도 밝혀내지 못했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청문회의 입장에서 선별한 보고서가 아니라 1차 자료를 저자 자신이 직접 검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저자가 검증한 1차 자료의 분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400~5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한 권에 딸린 1차 자료는, 증거 자료와 증언 속기록 등을 담은 부속 책자만 10권, 4,000 페이지에 육박했다. 전체 보고서는 수십 권에 달한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직접 하나하나 검증해나간 것이다.
저자는 증거 자료와 함께 선서 증언들을 일일이 체크했다. 김형욱, 박동선, 김한조, 김상근, 손호영은 물론 키신저의 증언까지 수백 명의 증언을 참고했고, 그 자료들을 모두 책에 담았다. 또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보관 중인 국무부 외교전문, 당시의 외신보도,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회고록 등도 일일이 살펴봤다. 이에 대해 언론인이자 KBS 전 탐사보도팀장인 김용진은 "어떤 언론사 특파원이나 전문가도 하지 못한 일이다. 안치용 기자는 내가 보기에 한국 언론사를 통틀어 거의 유일한, '진정한 의미'의 주미 한국특파원"이라며 저자의 열정과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상ㆍ하 각권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