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 당국이 은행이 떠안고 있는 부실대출을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으로 전환해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9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부실대출을 은행으로부터 떼어냄으로써 은행 부실화를 막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이 같은 계획은 장차 부실은행을 위한 정부의 구제금융 체계 도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CBRC)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은행 간 단기자금시장에 '신용전환체계(credit transfer system)'를 도입할 준비를 마쳤다. 이는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금융기관까지 망라한 것으로 부실대출을 ABS 등으로 전환해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앞서 국무원은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시스템의 밑그림을 처음 제시한 바 있다.
중국국채예탁결제기관(CCDC)이 새로운 체계의 관리감독을 담당하게 되며 이미 지난주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험거래가 이뤄졌다고 중국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 금융계에 따르면 중국 채권시장의 규모는 총 27조2,500억위안에 달하지만 단기자금시장에서 유통되는 ABS는 256억위안에 불과하다.
은행권 부실대출의 유동화 허용은 은행들의 부담을 경감하고 금융시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투자자들이 자산에 가격을 매기는 과정에서 기준가격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자산거래의 투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부실대출을 덜어내 한결 여신 부담이 해소된 은행들이 새로운 대출에 나섬으로써 최근의 경기둔화세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중국 은행들은 부실대출을 처리할 대안이 없어 비공식 거래를 통해 매각하거나 장부상에서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부실대출 문제를 감춰왔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과잉투자로 인한 지방정부 채무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의 부실대출도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이는 은행 부실화로 이어져 대형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부실대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미만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이를 믿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중국이 도입할 새 체계가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자산의 상환능력을 평가할 기준인 표준화된 신용등급이 부재한 상태에서 증권사ㆍ자산관리위탁사(AMC) 등이 위험을 무릅쓰고 은행의 부실대출을 사들일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중국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채권은 신용등급이 있지만 대출은 없다"면서 "(금융기관이 부실대출을 사들일 수 있는) 적절한 가격 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은 결국에는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부실은행을 구제할 공적기금을 조성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