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자국민 보호병력 275명 투입… 3년만에 이라크에 발들인 미국

"치안 안전해질 때까지 활동" 특수부대 요원 파견도 검토

이란·사우디 개입 본격화… 종파전쟁 암운 더욱 짙어져

미·이란 핵협상서 사태 논의도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 병력 275명을 수도 바그다드에 투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은 없다"며 선을 그은 상황에서 비교적 정치적 부담이 적은 비전투병 투입을 통해 이라크에 다시 한번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 격인 이란은 누리 알말리키 시아파 정부 보호를 명분으로 이라크 사태로의 개입을 확대하고 있고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 전체가 종파 전쟁의 화약고로 또다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국회에 보고한 공식 서한을 통해 "미국인의 생명 및 재산 보호를 위해 병력을 파견했고 이들은 만약을 대비한 전투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고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15일부터 바그다드에 배치되기 시작한 이들은 이라크 치안 상태가 안전해질 때까지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최근 대사관 경비 강화를 위해 해병대 50명 및 육군 100여명 등 160명의 병력을 바그다드에 배치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 병력을 추가 투입함으로써 2011년 철군 조치 이래 3년 만에 다시 '제한적 개입'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최고 100명가량의 특수부대 요원을 파견해 이라크군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훈련 자문 등의 일을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미 관리들이 전했다.

3년 전의 철군 결정이 잘못됐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인 지상군 투입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부정적 의사가 확고한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거론됐던 △비전투병 파병 △특수부대 파견 등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제한적 개입의 연장선상에서 국제사회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유·무인기를 활용한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가능성이다. 이미 미국은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조지HW부시함을 이라크 인근 페르시아만으로 이동시켰고 해병 550명이 탑승한 상륙수송함 'USS메사버디함'도 페르시아만에 진입시켜 오바마 대통령이 출격 버튼을 누르는 일만 남았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라크 공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옵션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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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전직 군 장성의 말을 인용해 "대규모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는 등 리스크가 높고 사태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지상군 투입 없는 공습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함부로 지상군을 투입할 수도 없고 사태를 더 이상 키워서도 안 되는 오바마의 진퇴양난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사이 이라크를 둘러싼 암운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라크 북부 지역을 점령한 채 수도 바그다드를 향해 남진하던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는 진격 방향을 좌우로 늘리면서 시리아 국경 부근의 탈아파르 지역을 장악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미국으로부터 전문적 훈련을 받은 이라크군이 경비를 맡고 있어 ISIL의 진군을 막을 요충지로 분류돼온 탈아파르 지역의 함락은 ISIL의 기세가 위력적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 간 핵협상 자리에서 이라크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양측은 "양국의 공조 가능성을 탐색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다만 이란과의 군사 협력 가능성에 대해 미국 측은 "어떤 대화에서도 군사 협력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라크와 종교적 이해관계가 얽힌 여타 중동국들의 개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이라크에 2,000명을 파병한 이란은 정예부대 '쿠드스'의 카셈 술라이마니 사령관을 바그다드에 보내 이라크군과 함께 ISIL 격퇴 전략을 짜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란은 1만명 규모의 쿠드스 2개 여단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반해 사우디 정부는 16일 내각 회의를 열어 "현 이라크 사태의 원인은 수니파 억압정책을 펼쳐온 현 이라크 시아파 정부에 있다"고 비난하면서 "외국의 개입 없이 이라크가 모든 종파를 아우르는 국민통합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라크 서부와 맞닿아 있는 요르단 수니파 정부는 180㎞에 달하는 이라크와의 국경 방어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고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는 이라크 알콰임 지역에 있던 ISIL 부대를 지난주 말 폭격했다고 폭스뉴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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