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6 중기 빅 이벤트/서건일 중기연 상임고문(여의도칼럼)

어느새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올해는 유난히 일찍 닥친 추위와 함께 마음이 움츠러들고 분위기마저 어수선하다. 지금 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재고누증에 자금난이 겹치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에도 경기하강은 계속 이어지고 무역수지 악화와 외채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또 대선 열풍의 회오리는 어떻게 몰아닥칠 것인지 악재만 수두룩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세밑 추위에 믿거나 했던 거래처로부터 부도어음이 터져나와 연쇄부도위기에 몰린 중소기업들은 그 추위와 떨림이 오죽하겠는가. 적자경제가 지속되고 경쟁이 가열될수록 더욱 죽어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다같이 어려운 판에 서로 자기만 살겠다고 설쳐대면 크고 강한자가 이길 수 밖에 없다. 작고 약한자의 희생은 그래서 커지는 것이다. 그것이 원천적 불공정 무한경쟁시대의 철칙(?)이다. 96년 한해동안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바로 이런 게임의 룰에서부터 탈출하기 위해 갖은 시름을 겪으며 불황의 골을 지나왔다. 이제 그들은 앞으로의 우리경제에 빨간 불을 켜들고 조용히 연말의 추위를 지키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의 중소기업부도사태가 워낙 심각했던 탓에 정부 역시 올해는 뭔가 중소기업을 도우려고 무척 애를 썼다. 중소기업청도 만들고 해외산업연수생도입과 자금지원규모 확대등 여러 시책을 폈다. 그러나 이들 시책은 스스로가 지닌 추상적, 선언적 측면 때문에 늘 피부에 와닿는 것이 없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런 가운데 올해 가장 괄목할만한 중소기업 빅이벤트는 뭐니뭐니해도 기협중앙회가 추진·참여하게 된 PCS(개인휴대통신)사업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다. 곧 창립총회를 갖게 될 「한국통신 프리텔(가칭)」에 전국 1만4천여 중소기업이 33.3%라는 지분을 갖고 참여를 하게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중소기업이 대거 첨단산업 주주로 참여한 것은 아마도 전 세계에 유례없는 일일 것이다. 중소기업의 간절한 미래산업참여 소망과 정부의 중기실질지원 의지가 엮어낸 분명 하나의 사건이다. 한통프리텔은 주주인 수많은 중소기업인들과 그 가족들이 수요자들이며 또한 부품자재공급자들이다. 그래서 다른 어느 사업체보다 경쟁력이 강하다.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의 꿈이 담긴 한통프리텔이 개시할 98년 1월의 국내 첫 PCS서비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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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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