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최태원 회장 왜, 무슨 돈으로 선물투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선물투자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져 왜, 어떤 자금을 얼마나, 어떤 선물상품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금 출처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인의 권고로 1,000억원대의 선물투자를 했다가 대부분 손실을 봤다는 동향을 파악했다"며 "(지난해말 SK텔레콤 등) SK (계열사 및 관련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등의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금이 일단 개인 자금이고 회사공금 유용 등 불법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서 SK C&C 지분 맡기고 2,000억 대출= 증권업계에선 최 회장이 작년 9월14일 보유 중인 SK C&C 주식 2,225만주(지분율 44.50%) 가운데 약 18%의 지분에 해당하는 401만여주를 우리투자증권에 맡기고 담보대출을 받아 이 중 일부로 선물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일 SK C&C 종가가 9만100원이었다는 점에서 대출액은 2,000억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은 SK그룹 창업주 2세 간의 지분 정리에 활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시장에 나돌았다. 선물투자가 개인 돈으로 이뤄졌다면 담보대출금 일부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며, 은행이 아닌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것도 담보대출금의 선물투자 개연성을 높이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김승연 한화그룹, 허창수 GS그룹,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30대 그룹에 속하는 총수 대부분은 주로 은행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최 회장과 대조를 이뤘다. 당초 투자자금은 세간의 추측보다 작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현물투자의 위험회피(헤지) 목적이 아니었다면 `대박'을 노리다 투자자금보다 몇 배 큰 손해를 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 계열서 떼낼 SK증권 인수자금 마련 목적?= 최 회장은 왜 선물투자를 했고, 돈을 불려 어디에 쓰려고 했을까? 이와 관련해 일반지주회사인 SK가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지 않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손자회사인 SK증권을 ‘지주사 요건 충족 유예기간(4년)’이 끝나는 7월2일 이전에 매각해야 한다는 사실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SK는 자회사인 SK네트웍스와 SKC가 가진 SK증권 지분 30.4%를 처분하지 않으면 최대 18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SK그룹은 주력사업인 정유ㆍ이동통신 사업 등의 원활한 자금조달과 기밀유지가 필요한 회사채 발행 등의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금융자회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허용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SK증권을 SK 계열에서 빠져있는 SK C&C나 최 회장이 SK증권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 최 외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케미칼 계열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 회장이 SK증권 지분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기적 거래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증권가 "코스피200 또는 원유 선물거래 유력"= 국내 파생상품 전문가들은 최 회장이 국내에서 거래했다면 코스피200이나 원유ㆍ통화 선물을 거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증권사의 한 파생상품 애널리스트는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면 거래가 활발하고 유동성이 좋아야 하는데 국내에선 코스피200 선물이 거의 유일하다. 최근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깨며 상승 추세에 있는 코스피에 반대 방향으로 베팅(선물매도 포지션)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반면 다른 증권사의 선물ㆍ옵션 연구원은 SK그룹의 주력업종이 정유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최 회장이 가장 잘 아는 원유나 달러 등 통화상품 선물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국제 원유가격이 고공행진을 하자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에 원유 선물을 팔았다가 낭패를 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선물회사의 선물 트레이더도 "최 회장이 지인의 소개로 거래했다고 하지만 1,000억원 정도의 손실을 낼 때까지 자신이 몰랐을 리는 없다. 투자에 상당 부분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며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한 투자였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04년 손길승 SK그룹 회장도 회삿돈으로 대규모 선물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본 전력이 있다. 손 회장은 SK해운 자금 7,884억원을 11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국외 선물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피해를 봤다. /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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