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인 기업 간 거래(B2B) 사업 강화에 나선다. 경기불황에 민감한데다 고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대신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고수익의 B2B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지주회사인 ㈜LG 산하에 그룹 내 B2B 사업을 총괄하는 전담팀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현재 그룹 내 각 계열사에서 일하는 B2B 사업 전문 인력을 수혈받아 전담팀 구성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LG의 B2B사업팀은 그룹 내 계열사의 B2B 사업을 총괄, 조정하고 그룹 전체 B2B 사업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동안 계열사가 각자 추진해오던 B2B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LG의 B2B사업팀은 앞으로 그룹 계열사들과의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전사적인 B2B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에 맞춰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도 최근 B2B 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영업마케팅 부문(GSMO)' 산하에 'B2B그룹'을 신설했다. 기존 B2C그룹만 운영하던 글로벌영업마케팅 조직에 B2B그룹을 새로 추가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무대로 한 B2B 사업 확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LG전자는 유럽 시장에서의 B2B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 지역 대표' 내에 '유럽 B2B법인'도 새로 만들었다. 유럽은 북미와 함께 대표적인 B2B 사업군인 빌트인 가전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LG전자는 B2B법인을 북미를 비롯한 다른 지역대표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상업용 에어컨과 대형 공조시설인 칠러, 옥외광고용 디지털 사이니지, 호텔용 TV 등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B2B 사업역량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LG가 전사적인 차원에서 B2B 사업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사업에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기업고객을 상대로 하는 B2B 사업의 경우 대량구매가 많은 특성상 전체 시장 규모가 워낙 큰데다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에 덜 민감하다. 아울러 세트(완제품)에서부터 솔루션 제공에 이르기까지 패키지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또 다른 장점으로 꼽힌다. 결국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B2B 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B2B 시장은 개인 소비자를 상대로 한 B2C 시장보다 수익성이 평균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B2B 사업이 정체기로 접어든 기존 B2C 사업 위주의 수익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스(SA)에 따르면 B2B용 스마트폰은 지난해 3억3,100만대에서 오는 2017년 4억8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100만대 수준이던 B2B용 태블릿 역시 2017년에는 1억1,800만대로 두 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과포화상태로 접어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따라 삼성도 최근 B2B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완제품 부문의 B2B 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 B2B센터'를 준 사업부 개념으로 승격시켰다. 책임자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한 단계 격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