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잇단 건강악화와 고령화로 기업경영에서 '오너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주 말 이건희(72) 회장의 갑작스러운 심장질환과 입원으로 비상이 걸렸다. 심폐소생술 등을 거쳐 회복 중이라 하니 천만다행이다. 그룹 경영도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들을 중심으로 평소처럼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삼성 측 설명이다. 그래도 외부의 걱정은 크다. 지난해 매출 33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0%가 넘는 삼성그룹이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비상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삼성 이외에도 상당수 대기업이 오너 리스크 상태에 빠져 있다.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과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은 암투병 중이라 정상적인 그룹 경영이 어렵고 최근까지 수감생활을 한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도 만성 폐질환 치료에 전념하고 있지만 경영복귀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총수가 형사사건에 연루돼 부재 중인 SK와 CJ도 경영공백에 처하기는 마찬가지다. SK와 CJ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오너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정지된 상황에서 핵심사업 분야의 신규 투자나 새로운 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다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동부그룹과 현대그룹까지 총수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오너 리스크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물론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는 논란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성공을 오너 경영체제에서 찾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신속한 경영판단과 단호한 투자결정으로 성공신화를 이뤄왔다는 점에서 기업 쇠락의 원인을 대리인 문제에서 찾는 일본과 대비되기도 한다. 최악의 경영위기를 '오너 체제' 전환으로 극복한 도요타자동차도 바로 이 점에 주목한 것이다. 대기업들의 이런저런 오너 리스크가 걱정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