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골드뱅킹(금통장)을 취급하는 국민ㆍ신한ㆍ기업은행이 각기 다른 전략을 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골드뱅킹 판매를 중단한 국민은행이 조만간 상품을 리모델링해 다시 출시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골드뱅킹 수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골드뱅킹 신규판매를 중단한 채 기존 고객에 한해 추가 적립 등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골드뱅킹 재판매를 검토하는 것은 고객들의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경제 상황이 불안할 때 가격이 상승하는 특징이 있는 금 관련 상품을 기존 예ㆍ적금, 주식, 부동산, 채권 등의 재테크 수단에 추가해 자산관리 구조를 보다 탄탄히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나 기업은행의 동향을 추가로 지켜본 뒤 판매 재개 시점을 정할 것"이라며 "아직 자본시장통합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 부분이 남아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 골드뱅킹을 도입하고 현재는 유일하게 골드뱅킹 신규고객을 받는 신한은행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민ㆍ기업은행이 지난해 11월 이후 골드뱅킹 신규고객을 받지 않은 반사이익으로 고객들이 몰리면서 매달 2,000좌가량의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수익률도 높다. 최근 1년 수익률은 26%로 웬만한 펀드보다 훨씬 높고 지난해 12월 판매를 재개한 후 3개월 수익률도 5.96%로 연간 수익률은 2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앞으로도 골드뱅킹을 취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안전한 자산관리가 생명인 은행이 투기적 성격이 강한 금 통장을 판매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또한 수익구조가 복잡하고 법률적 문제가 남아 있어 불완전 판매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원들도 제대로 내용을 알지 못하는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며 "각 은행별로 입장 차이가 있겠지만 기업은행은 앞으로 골드뱅킹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일반 고객들이 골드뱅킹 상품에 가입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값이 이미 너무 올랐기 때문에 잘못 가입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자 금값이 급등한 것에서 보듯 경제위기 때는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금 관련 상품은 투기적 성격이 강한 만큼 여유자금을 활용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