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조선소를 부산 영도에 세웠던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만에 미래를 걸었다. 희망버스 사태 등 노조의 파업으로 겪었던 악몽을 떨치고 영도조선소와 수빅조선소를 두 날개 삼아 재기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7일 수빅 현지에서 만난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수빅조선소를 대형상선, 해양ㆍ육상플랜트 등의 건설기지로 삼고, 영도조선소는 중소형 상선, 특수선, 군함 등을 만드는데 이용하기로 했다"며 "국내 연구개발(R&D) 센터는 후방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일단 수빅만을 통한 재기 전략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수빅조선소는 2010년 12월 이미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고, 지난달 말 현재 51척의 상선을 인도했으며, 수주 잔고만 해도 2016년까지 조선소가 풀가동해야 할 상황이다. 조선소 확장도 고려해 추가 부지도 마련한 상태다.
수빅 현지에서 만난 안진규 수빅조선소 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조선사들이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수빅의 성공사례를 보고 필리핀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도 있다"며 "외부는 물론 내부 반대도 많았지만 한진중공업이 7년을 먼저 내다본 수빅조선소 덕분에 이제 회사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은 현지화 작업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수빅을 육성하기 위해 현지 직원들의 주거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주택 1,000여가구를 제공하는 한진빌리지를 만들고, 학교도 기증했다. 우수 인력 확보를 통해 수빅조선소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영도가 한진중공업의 모태라면 수빅은 제2의 성장동력"이라며 "수빅과 영도 모두 성장하며 국내 최초의 조선사라는 자부심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