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확충을 위해 담배ㆍ술ㆍ휘발유 등에 새로운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국민의 준조세 부담 증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제품에 부담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갈수록 커지는 건강보험 적자를 보험료만으로 보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부담금은 국민의 준조세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타당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부담금 도입 문제는 일차적으로 의료수가제도를 비롯해 건강보험 재정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을 강화한 후 논의하는 것이 순리다.
건강보험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연간 3조~5조원의 국고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적자가 지속돼 지난해 건보재정 적자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다. 고령인구와 복지수요의 급격한 증가 등에 따라 적자규모는 오는 2018년 10조원을 넘고 2030년에는 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말 그대로 폭발적이다. 건보재정 파탄을 막기 위한 근본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건보재정 개선을 위한 대원칙은 보험료 수입을 늘리고 지출은 줄이는 것이다. 어떤 재정이든 수입 내 지출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건보재정의 경우도 부담금 등 국민의 부담을 늘리려 하기 전에 이 같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입에 비해 과도한 지출구조를 가진 건보 운영방식의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의료수가 지급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가령 고가 의료장비 사용 등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있는 행위별 수가제를 질병 종류에 따라 미리 정해진 표준진료비를 지급하는 포괄수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약제비 인하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 건보료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건보료 상습체납을 해결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담금 도입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의료수가의 과도한 지출구조를 개선하고 누수 등 허점을 차단하는 건보제도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