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버리고 두기

제4보(49~69)


왕시 역시 국지전의 테크닉은 일품이었다. 흑49는 이 장면에서 최강이자 최선의 응수였다. 왕시는 이 응수에 12분을 썼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세돌의 장고가 시작되었다. “왕시는 흑 3점을 버리고 둘 작정이에요. 이세돌은 경우에 따라 좌하귀를 버리고 둘 작정이구요.”(루이 9단) 사이버오로 검토실과 87트리오의 별실에서는 각각 가상도가 여러 개 만들어지고 있었다. 백이 가장 강경하게 싸우는 길은 참고도1의 백1로 젖히는 것이다. 그것이면 흑8까지는 필연이 된다. 루이 9단은 흑8까지만 그려 보이면서 말했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흑이 불만없어요.” 87트리오는 계속해서 흑16까지를 그려 보이며 역시 흑이 유망하다고 했다. 다시 루이가 새로운 가상도를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백이 좌하귀를 다치지 않고 싸우자면 이 코스인데 이것 역시 흑이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 참고도2의 백1 이하 16까지가 그것이었다. 검토실에 들어와 있던 양재호가 이 그림을 보고 말했다. “세돌이가 이 코스는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쌍방의 큰 모양이 확정되는 바둑은 웬만해선 두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계속해서 뭔가를 노리면서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가지고 조금씩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세돌이의 특기거든요.” 10분 만에 백50이 놓였고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이세돌은 좌하귀를 버렸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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