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인수를 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대주주인 IPIC의 모하메드 나세르 알카일리 전무는 14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보유지분 가운데 절반인 35%를 입찰을 거쳐 매각할 계획”이라며 “올 여름께 매각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IPIC는 그동안 미국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와 지분매각 협상을 펼쳤으나 최근 협상이 결렬돼 새로운 인수희망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매물로 나온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놓고) 그동안 정유사업 진출을 타진해온 롯데그룹ㆍSTX그룹 등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은 S-Oil의 자사주 28.4%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중도에 포기한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IPIC가 시장에 내놓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35%는 금액으로 약 7,000억원 규모여서 이들 그룹이 인수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매각 조건에 2조원가량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병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자금여력이 풍부한 롯데그룹이 상대적으로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시황이 좋아지자 IPIC가 지분 매각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회사인 IPIC 입장에서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지분 외에 보유하는 것은 자원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4월께부터 에너지 분야 5대 메이저 기업의 하나인 코노코필립스와 지분매각 협상을 시작, 실사까지 마쳤으나 경영권 행사를 놓고 이견이 생겨 최근 중단된 상태다. 동아시아 지역 생산기지가 필요했던 코노코필립스는 반년 가까이 여러 명의 임직원을 현대오일뱅크에 상주시키며 두 차례에 걸친 정밀실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02년 경영난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자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IPIC에 넘겼다. 이후 IPIC는 지난해 2월 콜옵션을 행사, 현대중공업 등으로부터 20%의 지분을 매입해 70%로 늘렸다. 자본금 1조2,254억원인 현대오일뱅크는 하노칼홀딩(IPIC의 자회사)과 IPIC가 각각 50%와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다음으로 현대중공업 19.8%, 현대자동차 4.35%, 현대제철 2.21%, 현대산업개발 1.35%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