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과 야당이 지난 2월과 4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경제 법안을 놓고 격돌한데 이어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도 반쪽행사로 파행을 빚은데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있다. 이 민중가요는 1980년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민주화를 요구하다가 수 백명이 숨진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윤상원 당시 시민학생투쟁위원회 대변인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재야운동가인 백기완선생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쓴 시를 소설가 황석영씨가 개사하고 김종률씨가 곡을 붙였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갈등은 우선 5·18 공식기념가 지정과 모든 참석자가 같이 노래를 부르는 ‘제창’ 을 정부·여당이 허용하지 않은데 있다. 이에 따라 여야는 국가보훈처를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 등 경제법안들을 놓고 극심히 충돌하다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겨우 지난 1일 금산분리 강화, 통합 산업은행 출범, 차명계좌 처벌 강화 관련 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18일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열린 5·18기념식에서 또 다시 갈등양상이 나타나며 ‘5·18 정신으로 국민화합 꽃 피우자’는 이날의 주제가 무색해졌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된 유족들과 5·18 관련단체, 시민과 야당인사들이 행사를 보이콧한 반면 정부는 일당 5만원씩을 주고 급조한 연합 합창단에게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5·18 기념식에서의 극심한 갈등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이날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불참했다. 유족과 시민, 야당은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처사로 광주정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여야가 이렇게 국론 분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놓고 거듭 충돌하는 것은 각자의 이념적 정체성 고수에 있다. 5·18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여당과 야당이 각각 보수표와 진보표를 의식하는 것도 충돌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군 장성 출신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물론 새누리당도 그동안 ‘님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가 지정과 제창에 대해 강력 반발해왔다. 반면 야당은 과거 날치기를 당하거나 결의를 다질 때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님을 위한 행진곡)”를 부르며 전열을 가다듬곤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교학사 교과서 파동 등 이념 대결 속에서 이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보수와 진보세력 이념대결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며 “하지만 여권이 ‘님을 위한 행진곡’이 80년대부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등의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며 아이콘(상징)이 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