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2014-금융산업 새 도전이 필요하다] 해외진출 전략 어떻게

차별화된 상품·채널로 점유율 높이고 단순 법인설립 외 지분투자·제휴 필요


보험사의 해외 성과는 답보 상태에 가깝다. 지난 2000년을 전후해 앞다퉈 해외로 나갔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2%에 못 미친다.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색할 지경이다. 현지 금융 당국의 규제가 심한 것은 둘째치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영업 방식도 국내 기업의 보험물량을 잡는 데 머물면서 역량을 축적하지 못했다.


삼성생명마저도 글로벌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해 해외에서 총 233억원(중국 121억원, 태국 11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특히 중국에서는 2005년 진출 이후 8년째 적자 행진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말께 중국은행과의 제휴로 방카슈랑스 판매가 가시화되면 반전의 계기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를 대표하는 삼성생명이 이 정도니 다른 보험사들은 국내에 안주하는 양상마저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데다 고령화와 저금리 등으로 금융환경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눈을 밖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보험사별로 가장 잘 팔 수 있는 상품·채널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 해외 진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ING생명·라이나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올 때 '남성 전문 설계사'나 '변액보험'과 같은 특수한 채널·상품을 들고 들어와 점유율을 높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국내 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과 동부화재가 남다른 성과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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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의 경우 베트남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신계약 실적만 해도 진출 원년인 2009년 308억동(약 14억원)에서 지난해 1,459억동(약 70억원)으로 뛰었다.

베트남법인의 임직원을 대부분 현지에서 채용하는 등 일찌감치 현지화를 모색한 결과다.

동부화재의 미국 시장 진출 과정은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괌에서 선진 기술 보험 시스템을 익힌 뒤 하와이에 이어 미국 본토(캘리포니아·뉴욕 등)를 공략했다.

동부화재는 미국에서 지난해 수입보험료만 2,000억원을 올렸다. 눈에 띄는 것은 동부화재의 철저한 현지화 영업. 재물보험과 주택화재종합보험 등이 판매의 주종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 중국 진출도 현지 안청보험사의 지분(15.01%)투자 방식으로 들어갔다.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생명보험사와 규모가 비슷한 캐나다 매뉴라이프는 인도네시아 보험 시장에 맞는 상품과 판매채널을 만들어 현지화에 성공했다"며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해외에 들고 나가는 상품이 고작 사망보험·질병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상품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지 진출도 천편일률적인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화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면 자체 법인 설립보다는 현지 보험사 인수합병(M&A)이나 합작사 설립, 지분투자나 제휴 등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는 우리나라와 조직문화, 인력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현재 영업 중인 현지 보험사와 효과적으로 손을 잡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생보사 임원은 "최근 금융 당국이 국내 보험사의 해외은행 소유를 허용하고 해외특수목적회사를 통한 현지 보험사 지분인수도 신고만으로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단기성과가 힘든 만큼 로드맵에 따른 투자를 통해 점진적으로 해외 비중을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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