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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7월 27일] 도서관서 책 빌려 보는 기쁨
유 승 현 오푸스 대표
책은 사서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게 될 줄은 몰랐다. 도서대출증은 오래전에 만들어뒀으나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절판도서를 찾는 일이 아니면 이용하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도서관이 개인의 희망도서도 구입해 비치한다는 사실을.
수험서를 싸들고 자리를 차지한 학생들이 상당수이며 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창가 자리에서 꾸벅꾸벅 조는 아저씨도 있지만 신착 도서가 들어오는 날이면 반짝거리는 서가 앞에서 맹렬히 책을 고르는 사람들도 눈에 띄어 보기 좋았다.
도서관 이용에 재미를 붙인 내가 느낀 불편함은 세 가지였다. 첫째, 대출권수 제한이다. 2주 동안 최대 5권으로 늘기는 했지만 매번 '어떤 책을 빼내야 하나' 고민된다. 전국 607개 공공도서관 구입예산은 올해 650억으로 지난 6월 마감됐다. 서울시민 일인당 장서 수는 0.35권, 도서예산은 228원이다. 도서관의 빠듯한 예산상 빌려줄 책이 부족하기는 할 것이다. 두번째, 비치 권수다. 희망도서를 신청하는 일도 남들보다 빨라야 내 차지다. 그래봐야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족히 한달은 넘는다. 그러니 빨리 읽고 싶은 책은 사서 보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세번째, 이용자들의 무례함이다. '책등 꺾기'와 밑줄 긋기는 기본이요, 커피 쏟기는 장기인 모양이다. 책 커버를 만들어 씌워야만 잡을 수 있을 만큼 훼손된 책도 있다. 내가 사서라면 그런 불손한 자들에게는 도서대출을 금지하고도 남았다.
그럼에도 이 모든 불평을 감수할 수 있는 이유는 오직 사무실에서 십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다. 공공도서관 한곳이 감당해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 8만명 중 하나인 나는 걸어서 십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는 행운의 동네에 살고 있으니 감사할 일인가.
한해 도서구입비가 전투기 한대 구입비만도 못하다는 탄식이 그치지 않는 이 때,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결국 깃발을 들었다. 단행본 매출 2조5,000억원 언저리라도 도서관 예산을 확충하려면 일단은 공공도서관부터 늘려야 한다. 그 일환으로 '학교도서관저널'을 펴낼 준비가 한창이라 한다.
휴가철,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거든 도서대출증 하나 만들어보시라. 단 한번이라도 내 책이 아닌 우리 책을 빌려보는 공공의 즐거움을 누려본다면 여러분도 걸어서 십분 거리에 도서관을 갖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될 것이다. 그 마음들이 모여 힘이 돼준다면 어느 날엔가는 반드시 여러분의 동네에도 도서관이 문을 열 것이다. 혹시 아는가. 일인당 백권 대출이 가능한 도서관 VIP 클럽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