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강론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남북이 서로 대화하고 만나고, 인도주의적 요구에 관대하게 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미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강론이 끝나고 교황과 짧은 인사를 나누며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 전달에 감사드린다"고 답했고 교황은 다시 "한국 국민이 하나 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새벽부터 명동성당 주변에는 굵은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마지막 모습을 잠시라도 보려 모인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명동성당 사거리 대로변까지 수백m 줄이 늘어서 인도로 한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였다. 테라스형으로 꾸며진 인근 커피숍의 2층에는 수많은 사람이 밖으로 몸을 돌려 교황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고 주변 다른 고층 건물의 창문에서도 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찾기 어렵지 않았다.
교황의 방문이 예정된 시간이 다가오자 오전 내내 궂게 내리던 비가 마치 기적처럼 그쳤다. 성당 안팎에서 교황을 기다리던 신자들은 "신기하다" "해가 보인다"며 놀라워했다.
오전8시55분 교황이 탑승한 검은색 차량이 거리에 나타났다. 퍼레이드용 오픈카는 아니어서 교황이 내리거나 신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는 어려웠지만 교황은 오른쪽 창밖으로 길게 손을 뻗어 자신을 기다린 신자들에게 일일이 손인사를 건넸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정정란(78·세실리아)씨는 "아침 집에서 6시30분께 출발했다. 몸이 불편해 가까이 보지는 못하지만 같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라며 "세례를 받은 지 60년이 넘었는데 이번같이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을 처음 봐 신자로서 고맙고 교황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는 오전9시45분 시작됐다. 미사를 위해 명동성당에 들어온 교황은 맨 앞줄에 앉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시각장애인 등의 손을 잡아주며 축복을 했다. 할머니들은 교황에게 위안부 할머니를 상징하는 나비 모양 배지를 선물했고 교황은 즉석에서 가슴에 달기도 했다.
이날 미사에는 위안부 할머니 7명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온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주민들, 용산 참사 피해자, 새터민, 납북자 가족, 장애인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또 북한 출신 사제 및 수녀와 평신도, 환경미화원, 일선 경찰관, 교도관, 평양교구 기초를 닦은 메리놀외방전교회 관계자들도 초대됐다. '고려인 이주 150주년 국제오토랠리' 참가를 위해 방한한 고려인들도 대표단을 꾸려 참가했다. 참가단은 16일 북한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으로 넘어왔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교황을 만난다는 설렘에 며칠을 잠 못 자고 오늘 미사만 기다렸다"며 "교황께서 오셔서 한도 풀어주신 것 같고 평화를 말씀하시면서 미래 후손들에게 희망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성당 미사를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은 출국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으로 바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