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거꾸로 가는 외교부

임동석 정치부 기자

재외 공관장들의 부적절한 처사가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나종일 주일대사는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그 비용의 일부를 주중 한국대사관 쪽에 부담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나 대사는 이와 관련, 21일 출판 비용은 자신이 부담했으나 출판기념회 비용은 주중 대사관 관계자가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출판비는 3,000여달러, 출판기념회 비용은 약 4,000달러였으며 나 대사는 이 가운데 출판비에 상당하는 3,000여달러만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주관한 주중 대사관 아무개 공사에게 건네준 것으로 밝혀졌다. 나 대사의 이 같은 ‘부적절’한 행위는 10일 한승주 주미대사가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자택에서 열린 외교행사에 불참하고 부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이 알려진 후 연이어 벌어진 것이다. 도대체 외교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심각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재외 공관장들의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외교부의 뿌리 깊은 특권의식 때문일 것이다. 해외에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대사관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그 특권의식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절감했을 것이다. 재외 국민들을 돌보는 영사업무는 뒷전이고 이것저것 특권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공무원들에 대한 비난은 이제 너무 식상할 정도가 됐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최근 외교부에서 전직원 조회를 가진 자리에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이고 거듭나지 않으면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어 “지금 국민들은 증류수와 같은 완전무결함을 외교부에 기대하고 있으며 거의 완벽함을 기대하고 있다”며 외교부의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두 대사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볼 때 반 대사의 이 같은 상황인식은 외교부 직원들 사이에서 그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자의적으로, 또 타의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돌아가는 모양새는 영 향기롭지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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