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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은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무대에 한국산 다크호스로 등장한 이경훈(21ㆍCJ오쇼핑)은 아직 그날의 짜릿함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이경훈은 지난 8일 끝난 JGTO 나가시마 시게오 초청 세가새미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데뷔 첫해 9개 대회 만에 따낸 첫 우승이었다.
이경훈은 2010년 김경태, 2011년 배상문에 이어 JGTO 3년 연속 한국인 상금왕 탄생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 시즌상금 2위(5,443만엔)로 1위 후지타 히로유키(일본ㆍ5,810만엔)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경제신문을 찾은 그는 "이제 목표를 시즌 3승으로 높여 잡았다"면서 "자만하지 않고 선배들이 이룬 성과를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경훈은 JGTO에서 평균 294.78야드(9위)의 장타와 그린적중률 67.36%(18위)의 아이언 샷을 앞세워 평균타수 3위(70.0타)에 랭크돼 있다. 178cm, 82kg의 다부진 체격조건을 갖췄다.
12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이경훈은 한국체육대학교 1학년이던 2010년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선수다.
아시안게임 출전 과정은 '아픈 만큼 성숙해진' 계기가 됐다. 그 해 긴장 탓인지 부진했던 그는 국가대표 3명에게 주어지는 아시안게임 자동 출전권을 놓쳐 마지막 1명을 뽑는 선발전에 나가야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명예와 함께 병역 특전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 1타 차 1위에 올라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엄청난 실망감과 중압감을 이겨내야 했다"면서 "그때 경험은 이번 일본 투어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던 순간에도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로로 전향한 이경훈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한국과 원아시아 투어 대회에 출전하며 감각을 키운 그는 JGTO 관문인 퀄리파잉(Q) 토너먼트에서 수석 합격해 올해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올 들어 열린 8개 대회에 모두 출전하면서 4월 쓰루야 오픈 2위 등 '톱10'에 4차례 들다가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마추어 때 일본에서 우승도 해봤기 때문에 올해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는 그는 "항상 뒷바라지를 해주시고 앞선 8개 대회까지 캐디를 맡아주신 아버지께 감사 드린다"며 인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평소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린다는 그는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의 팬이라며 수줍어할 때는 여느 남자 대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록 장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언젠가는 작곡을 배우고 싶다는 신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