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휘호와 함께 전경련의 준공식 날 신축 회관을 직접 방문해 축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준공식 날짜는 1979년 11월16일. 박 전 대통령은 준공 약 3주를 앞두고 10·26사태로 유명을 달리했다. 박 전 대통령의 휘호 앞에는 34년 만에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섰다. 전경련은 여의도 신축 회관 준공을 앞두고 여러 차례 박 대통령을 준공식 참석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이에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단순히 임기 내 재계와 소통하겠다는 박 대통령 개인의 의지를 보이는 것과 동시에 34년 전 아버지가 지키지 못한 약속을 대신 지키고 대를 이어 경제성장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이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설립 40주년식에 직접 참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도 1973년 11월 박 전 대통령이 한국 기술발전과 이를 통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설립한 장소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국과학기술원·한국개발연구원 등 박 전 대통령이 초석을 닦은 한국 경제의 상징적 장소 및 시설에 잇따라 방문하며 경제발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 신축 회관 앞에 설치된 휘호 중 '창조'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철학과도 맥이 닿는 부분이다. 부실한 산업기반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듯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육성하는 데 정부도 재계와 함께 힘을 쏟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실제 이날 축사에서 "전경련은 제대로 된 산업기반 하나 없던 1961년 창립해 민간 경제계의 리더로서 각고의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큰 축을 담당해왔다"고 전경련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재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신축 회관 격려 방문이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재계와 발을 맞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불던 경제민주화 흐름 대신 국내외 어려운 경기와 이에 따른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이 바뀔 때라는 것이 산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평소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재계 총수들도 참석하며 재계와 청와대의 소통확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해 재계가 지닌 위기감은 상당하다"며 "지금은 청와대 및 정부기관, 재계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둘 때"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이 같은 바람과 의미를 담아 이날 준공식에 맞춰 새로운 슬로건을 선포했다. '국민을 풍요롭게, 경제를 활기차게'다. 여기에는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성장을 주도해 그 결실이 국민 모두에게 퍼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상생의 의미도 담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새 회관의 건립을 계기로 그에 걸맞은 더 큰 기업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 길에 모든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