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사회
사회일반
"난해한 원작 쉽게 풀어내려 노력"
입력2009.11.26 18:54:42
수정
2009.11.26 18:54:42
첫 연출 부담스럽지만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전<br>연극 '에쿠우스' 연출 맡은 배우 조재현
| 조재현 |
|
"남자 나이 마흔이 넘으면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안정적인 삶에 대한 유혹이죠.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건 자기 스스로 늙어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죠."
연극열전3 개막작인 '에쿠우스'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배우 조재현(44ㆍ사진)은 26일 대학로에서 기자와 만나 "첫 연출이라 부담스럽지만 실패해도 좋으니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조재현은 다방면에서 정열적으로 활동하기로 유명한 배우다. 그는 연극열전3의 배우, 연출은 물론 프로그래머,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 최근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까지 도맡으며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서 살고 있다.
그는 첫 연출에 대한 소감을 묻자 "2004년 에쿠우스가 끝나고 나서 마음 한 구석에는 계속해서 연출을 준비했던 거 같다"며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런 이유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못한다면 너무 소극적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 자신에게 '왜 에쿠우스를 다시 하고 싶으냐'고 물어봤더니 결국 주인공 알런 스트랑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었던 거 같다"며 "항상 불안하고 앙상하고 위태롭게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알런을 이제는 편안한 상태로 돌려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04년 마흔의 나이에 10대 청소년 알런을 연기한 그이기에 이 역할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엿볼 수 있었다. 알런은 연극 에쿠우스에서 6마리의 말의 눈을 찌른 이유로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10대 청소년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작품에선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로 출연한다. 이에 대해 그는 "주변에서 제가 연기하는 다이사트가 상상이 안 된다고 다들 얘기한다"며 "저 역시 어떤 느낌을 주는 다이사트가 나올지 궁금해서 더 기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터 쉐퍼 원작의 에쿠우스가 좋은 작품이지만 그 동안 사람들이 난해하고 어려워했던 게 사실"이라며 "난해하게 보이는 부분은 과감하게 빼냈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작품으로 연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남녀 주인공의 노출과 정사 장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원칙에 충실 한다'는 것. 그는 "남녀 주인공이 함께 무대 위에서 옷을 벗고 정사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배우의 성기와 체모가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중요하지 않아 굳이 감추려고 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주인공 알런 역에는 영화배우 정태우와 류덕환이 나란히 캐스팅됐다.
다이사트로 더블 캐스팅된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에 대한 존경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내 공연계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고전하는 가운데 승환이 형이 '난타'를 일궈낸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제작자로서 10여년 전에 찾아가 조언을 구하며 인연을 맺어왔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1관에서 선보인 뒤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순회 공연에 나선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