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새해 덕담과 부동산시장

부동산부를 맡은 후 집을 언제 어디에 사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 곤혹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부동산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섣불리 말했다가는 선의로 말해준 당사자는 물론이고 후세까지 두고두고 원망을 받을 것 같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적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신년을 며칠 앞두고 만난 한 건설업체 사람에게 이 같은 고민을 얘기하니 새해 덕담 같은 우스갯소리로 우문에 답했다. ‘따뜻한 남쪽으로 가시오’ ‘집 마련 고민은 집사람에게 맡기시오’. 거의 점쟁이 수준의 답변에 실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점쟁이 같은 이 말들에 사실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한강이남 지역에 투자한 사람들 대부분은 집값 급등의 수혜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강남 지역의 아파트 폭등이 그렇고 분당신도시, 용인 지역 등 한강이남 지역에 땅이나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부동산 폭등이 바로 부의 축적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을 좌우할 요인들인 판교신도시ㆍ송파신도시ㆍ행정복합중심도시는 물론이고 기업도시ㆍ혁신도시 모두가 한강이남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남쪽에 축복이 있었던 셈이다. 또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좌우해온 것은 남편들이 아닌 가정경제를 담당한 여성들이었다. 목돈이 필요한 부동산 투자에 대한 판단은 여성이 훨씬 앞선다는 점을 부동산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특히 비합리적인 가격상승 패턴을 보여온 부동산시장은 이 분야에 남다른(?) 정보와 실정을 알고 있는 주부들이 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녀교육 문제는 물론이고 집안의 대소사 결정권을 상실한 이 나라 남성들의 현주소가 부동산시장에서도 확인돼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내 땅이나 내 집에 대한 뿌리깊은 소유욕에 더해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확신 같은 믿음이 새롭게 뿌리내렸다. 그것은 부동산 불패다. 증시나 금융 등 모든 재테크 수단들이 투자자들을 속였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았다. 이후 부동산 투자 열기는 정부의 규제와 단속을 비웃으며 더욱 뜨거워졌다. 급기야 언젠가부터는 부동산시장이 예측가능한 시장이 아니라 로또식 한탕주의 투기장이 돼버렸다. 비슷한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해 나름대로는 현명한 선택을 했던 많은 사람들은 어떤 지역의, 어떤 물건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결혼해 10년 정도 열심히 푼돈이지만 돈을 모으면 내 집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적어도 서울시내에서는 사라져버린 상황이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같은 현실을 뒤바꿔보려고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부동산종합대책인 8ㆍ31대책이다. 구랍 31일 8ㆍ31대책의 후속입법이 모두 마무리됐다. 정부의 확고한 부동산 안정의지가 법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부동산대책을 규제나 단속이 아닌 시스템으로 접근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째든 이 땅의 필부필녀들은 올해 부동산 점괘(?)가 어떻게 나올까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의 의지대로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찾을까. 그래서 강남아파트 불패신화는 드디어 깨어질까.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의지대로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남 아줌마의 부동산투자법은 부ㆍ교육ㆍ편리성ㆍ차별성 등 3차 방정식 이상이다. 규제와 단속이라는 2차 방정식으로 접근해서는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부동산시장의 비합리성과 규제는 도가 지나치다. 규제는 성선설에 기초해서 풀고 시스템은 성악설에 근거해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부동산시장도 예측가능한 시장논리가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새해에는 이 같은 시스템이 힘을 발휘하는 원년이 돼 적어도 내 집 마련 하나쯤은 서민들의 머릿속에서 확실하게 그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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