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으로의 위상을 다져가며 질주하던 현대차그룹이 내우외환으로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외적으로 원.달러 환율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비상경영까지 선언한 마당에 '금융계 마당발' 김재록씨에 로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건넨 혐의가 포착돼 그룹의 심장부인 경영전략기획실이 압수수색 당했다.
특히 그룹 후계구도의 핵심 계열사인 글로비스가 비자금 조성의 산실이자 로비통로로 지목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해외에서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대외 신인도 하락과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현대차그룹은 임직원들에게 검찰 수사에 대해 동요하지 말고 현업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수사배경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직원들이 눈에 띄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어떤 사안에 대해 수사를 하는 지라도 알아야 대책을 세울텐데…"라며 답답해 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악재가 줄지어 터져나오고 있다.
우선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가 인상 등 대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비상경영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차측은 올해 예상대로 원.달러 환율이 평균 70원 떨어지면 매출이 7천980억원, 영업이익은 5천529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총 영업이익 규모(1조3천841억원)의 40% 정도가 환율 하락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또한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인하를 추진하고 과장급 이상 임직원이 임금 동결을선언, 매년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해 온 노조를 압박하고 있지만 노조는 "노조와 협의없는 사측의 일방적인 임금 동결 주장은 반발만 불러올 뿐"이라며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도 부담이다.
공정위는 현대차가 협력업체에 대해 납품단가를 부당 인하했는 지 여부와 함께현대차대리점협회에서 신고한 각종 불공정 관행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 같은 일련의 '반(反) 현대' 기류와무관치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가운데 현대차가 이에반하는 납품단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 이 같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밝힌대로 건설 인허가 관련 수사라고 보기엔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현대오토넷 등 계열사, 정의선 기아차 사장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이 너무 광범위하게이뤄져 다른 굵직한 사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현대차 안팎에서 흘러나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