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우리 정치권도 계파 간 대립이 격화되는 등 정치지형의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경제문제가 정치문제로 비화하며 여권 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정체제 구축론이 힘을 받는 동시에 비주류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경제 해법 등 대안 제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중도실용파와 위기를 심화시킨 정부에 맞서야 한다는 강경파 간의 노선경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여야 정치권이 당파 이익을 떠나 경제 살리기라는 국익을 최우선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대승적 사회통합 의지를 실천하는 것이 정치적 파국을 막기 위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우선 오는 2월 임시국회를 전후로 ‘돌파 내각ㆍ협조 여당론’이 고개를 들면서 친이명박계의 총력 결집이 예고되고 있다. 당ㆍ정ㆍ청이 이 대통령을 정점으로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정책 입법과 집행의 ‘논스톱 국정운영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경제난에 따른 혼란한 정국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여권 내의 고민이 반영돼 있다.
최근 1ㆍ19 개각에서 이 대통령의 복심들이 내각에 포진, 당ㆍ청 간 긴밀성을 높이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측근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3월 장기간의 외유를 끝내고 귀국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권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 후 자신의 계파를 복원하며 당권 도전이나 입각 등을 노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당권 도전을 노릴 경우 실세인 이상득 전 부의장계가 주도하는 청와대, 정부와 이 전 최고위원 중심의 한나라당 간의 미묘한 대립구도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또 박 전 대표계를 자극, 4월 재보선을 전후로 여권 내 계파 간 전면전이 벌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도 지난해의 정기국회와 12월 임시국회를 거치며 여당과의 제1차 입법전쟁을 통해 결집시켰던 중도파와 강경파의 화해무드를 2월 임시국회에서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1차 입법전쟁에서는 승리했으나 2월 국회에서의 출자총액제한제도 협의처리, 금산분리 합의처리에 대한 이행을 두고 당내의 반발 등 분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이르면 2월 말~4월에 예상되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등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두고 당내에서 백가쟁명식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조만간 초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뉴 민주당 플랜’도 당내 노선경쟁에 불똥을 튀길 수 있다. 뉴 민주당 플랜은 이른바 ‘제3의 길’에 기초한 중도개혁노선을 골자로 하고 있어 강경파의 반발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차 입법전쟁 와중에서 장기간 국회 점거로 정치적 부담을 안았던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강경파 달래기를 위해 또다시 대여 투쟁의 초강경수를 두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정 대표는 전체적인 방향타는 중도노선에 맞추되 출총제 완화, 금산분리 폐지 등의 쟁점규제 해제에 대해서는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입법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여권과의 빅딜협상으로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카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