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나고 대금업체들이 지난 1월말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속속 등록을 하고 있지만 사채시장의 혼란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루 1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와 `카드깡`이 여전한데다 사채업자(대금업체)들이 몸을 사려 급전조달 창구는 더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떻게 손을 대야 좋을지 감을 못 잡고 있는 눈치다. 전담 조직이 없고 일손도 딸린다는 변명 뿐이다.
이 같은 혼란이 과도기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채시장 양성화가 애초부터 비현실적인 것이었는지는 아직 잘라 말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법`이 `법 답게` 시장을 규율할 수 없을 정도로 사채시장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 영업 기승=서울경제가 최근 서울시내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낸 50개 등록대금업체를 무작위로 골라 전화로 조사한 결과 `미혼, 무직, 카드대금 대환을 위한 소액급전대출`을 조건으로 대출을 신청했을 때 신용대출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12%인 6개에 불과했다. 그것도 연 66%(월5.5%)의 법정이자를 지키는 업체는 아예 없었고
▲10일 빌리는데 5~10%(연 180~360%)의 이자를 요구한 업체가 4개
▲하루 10%(연 3,650%) 이상의 이자를 요구한 업체도 한 곳 있었다. 나머지 한 곳은 연 10%대의 비현실적인 대출금리를 제시하며 직접 방문을 요구했지만 신빙성이 없었다.
`카드깡`을 매개로 한 각종 불법ㆍ편법 영업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사대상의 대다수 업체들은 `카드 한도가 얼마나 남아있는가`를 먼저 확인했다. 금과 보석류는 물론이고 묘지 분양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카드깡을 한 후 10~15%의 수수료를 물리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 66%의 이자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중소 대금업체들이 음성적인 방법으로 살 길을 찾고 있고,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들만 입게 된 셈이다.
◇ `신용난민`양산=조사 결과 일부 업체들은 아예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거나 저축은행 수준의 신용도와 보증인을 요구해 사실상 대금업체를 찾는 저신용 고객층은 이용이 불가능했다. 한 대금업체 직원은 "월 5.5%의 이자로는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신용대출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금력이 있는 대형 대금업체들도 최근에는 대출승인률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공격적인 영업을 폈던 산와머니의 올해 대출승인률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대출을 신청한 3명중 1명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A&O 역시 33%대로 승인율이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말 그대로 `신용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인 후 대금업체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지만 사채시장마저 이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원정,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