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부터 세계경제는 급속히 새로운 질서를 정립해가고 있다. 첫째 세계경제주의로 대표되는 세계무역기구(WTO), 둘째 지역경제 통합의 블록경제, 셋째 자유무역경제의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른바 세계경제의 무한경쟁과 권역별 통합이 그것이다.
무한경쟁과 권역별 통합의 핵심은 바로 대륙ㆍ국가간 물동량의 흐름에 대한 인위적 방해요소를 상호간에 모두 제거해버리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인위적 무역장벽을 모두 없애버리고 나면 수출과 수입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자연적 장애다.
세계 3대 운송권(동아시아ㆍ북미ㆍ유럽)에서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난 2000년을 기준으로 연간 2억개에 달하고 있다. 그 가운데 동북아시아(한국, 일본, 북한, 중국의 상하이 이북 지역, 러시아 극동 지역)의 물동량은 세계 전체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문제에 관한 한 중국을 과연 하나의 국가로만 인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과 동북아의 다른 국가들간 경제문제는 신중한 고려와 배려 없이는 아무런 해답도 얻어낼 수 없다.
대륙과 대륙간의 물동량 이동수단은 항공과 해운 단 두 가지뿐이다. 그리고 대륙 내 이동에는 철도와 차량운송이 추가된다.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사는 유럽과 아시아는 하나의 대륙이지만 운송수단은 대체로 항공과 해운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동북아 국가들의 도로ㆍ철로ㆍ수로 등이 매우 낙후돼 있어서다. 이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내놓은 세계적인 교통기반시설 수준의 평가에 잘 나타나 있다. IMD 평가에 따르면 동북아 국가 가운데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한국 28위, 일본 22위, 중국은 35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 평가는 곧 동북아 국가들이 앞으로 전개될 세계자유무역 경쟁에 있어 북미나 유럽에 비해 얼마나 많은 자연적 장벽을 갖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이런 자연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현재로서는 동북아 상품들이 가격과 품질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물류의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만약 기술과 노동력에다 물류비용과 시간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춘다면 동북아 국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국가들이 물류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유라시아 대륙에 철의 실크로드를 건설해야 한다. 새로운 한국의 MEGA-HUB-PORT(강원도 동해안)~서울(문산ㆍ철원)~평양~단둥~선양~창춘~하얼빈~만저우리~러시아 TSR 경유지인 까림스꼬예~모스크바~브레스트~유럽 각국을 연결하는 서울~함부르크 총연장 11,200㎞ 정도의 일명 `TKMSR(Trans-Korea/Manzhou/Siberian Railway)`를 까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8월 중국이 발표한 동북3성의 대대적 재개발과 후진타오 정부의 `234계획`의 실현, 한국이 주창하고 있는 국민소득 2만달러의 달성과 동북아 물류중심국가의 실현, 일본의 세계 초일류 국가의 지속적인 유지 가능성 확보, 러시아 철도의 세계화로 얻는 막대한 통과수입과 직ㆍ간접 투자유인 등 동북아 각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구상에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하는 일이 하나 생겼다. 최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산하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 이사회 협상에서 남북한 철도연결의 불투명을 이유로 중국 톈진과 러시아 보스토치니 등을 출발지로 한 유라시아 철도계획사업의 시범운행계획이 결정된 게 그것이다.
만약 이대로 확정된다면 우리나라는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는 고사하고 경제적으로 제2, 제3의 변방국가로서 지금까지 누려온 물류혜택 모두를 되돌려줘야 한다. 심지어 유럽행 화물의 엄청난 유통비용 증가가 불가피해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은 도도히 흐르는 대하(大河)처럼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고 일본은 정체상태를 벗어나 초일류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 우리는 왜 방향을 잃고 조선 후기와 같은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가. 빨리 재정신을 차려 동북아 중심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함범희 中대외경제무역대학 연구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