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EU FTA 잠정합의 <br>관세환급 등 남은 문제들도 타협 실마리<br>교착상태 한미FTA에도 압박효과 기대
| 이혜민(오른쪽) 수석대표와 EU 측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도렴동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한·EU FTA 8차 협상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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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럽연합(EU) 27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타결돼 1,000억달러의 상품이 무관세로 오고 갈 날이 도래하게 됐다. 지난 2007년 5월 닻을 올린 한ㆍEU FTA 협상이 1년10개월의 항해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두고 마치게 되는 것은 한미 FTA 수정을 요구하는 미국과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전세계에 작지 않은 메시지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EU는 다음달 2일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런던에서 통상장관회담을 갖고 최종 타결을 선언할 예정이다.
◇한국ㆍEU, 1000억달러 상품 3년 내 무관세=FTA를 통해 공산품 관세를 교역액 기준으로 우리 측은 92%, EU는 93%를 조기(즉시 철폐와 3년 내 철폐)에 없애기로 했다. 양측 간 공산품 교역액은 지난해 961억달러에 달하며 농축임산물은 22억3,000만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양측 교역액 평균 증가율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내 발효되는 한ㆍEU FTA로 1,000억달러 이상의 상품이 3년 내 무관세로 오가게 된다.
세부적으로는 양측 간 교역액이 크고 관세도 높은 편인 자동차에서 1,500㏄ 이상 중대형 승용차는 3년, 1,500㏄ 미만 소형은 5년 내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수출이 우리 측 24억달러, EU 측 15억달러인 자동차부품은 협정 발효 즉시 최고 8%의 관세가 폐지된다.
또 EU 측은 관세율이 14%인 컬러TV를, 우리 측은 베어링ㆍ기초화장품 등을 5년 내 관세철폐 품목으로 정했다. 다만 우리 측이 공산품 중 민감한 기타 기계류(관세율 16%)와 순모직물(13%) 등 40여개 품목에 대해 예외적으로 7년 내 관세를 주장해 관철시켰다.
EU 측의 관심이 가장 높은 냉동 돼지고기(관세율 25%)는 한미 FTA보다 관세철폐 기간을 장기로 정했으며 기타 분유(176%), 치즈(36%) 등 낙농품의 경우 관세율 할당제(TRQ) 등 민감성을 반영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의 경우 양측은 한미 FTA 방식을 빌려 협정 발효 후 1년 뒤에 한반도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해 상세한 내용을 협의하기로 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기본적으로 한미 FTA 수준을 따르되 하수도 위탁처리와 위성서비스 전용회선 분야 등 환경과 통신에서 우리 측이 개방을 확대하기로 했다.
◇G20 정상회담에서 한ㆍEU FTA 타결 선언=양측은 8차 협상에서 관세환급과 일부 품목의 원산지 규정을 남겨놓았지만 다음달 2일 통상장관회담에서 최종 빅딜을 위한 기본설계는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결단은 남았지만 EU가 우리 측 관세환급 제도를 인정하는 대신 우리 측은 EU가 요구하는 원산지 규정을 수용하는 방향이라고 협상단 관계자는 전했다.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에 오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EU 간 FTA 협상 타결 소식을 코앞에서 듣게 되는 것이다.
통상장관 간 협상 타결 장소에는 한국과 EU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인됐지만 협상타결 소식은 주요 뉴스로 전세계에 타전될 것이 확실시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ㆍEU FTA 타결은 보호무역이 거세지고 있는 국제사회에 ‘무역이 해답이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클 것”이라며 “자유무역에 앞장서는 한국의 이미지도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한미 FTA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미국 측에 한ㆍEU FTA가 적잖은 압박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최대 시장인 EU와의 FTA가 체결되기 때문에 미국이 끝까지 재협상을 요구하면 그냥 미국이 한미 FTA 불발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