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에서 현대의 손을 들어주었던 미국계 평가기관인 아더·D·리틀(ADL)이 석유화학 빅딜에선 삼성쪽에 미소를 보냈다.26일 산업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빅딜을 추진중인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의 기업가치 실사를 벌인 ADL은 지난 25일 양사와 산자부, 전경련등에 『삼성석유화학의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 현대석유화학의 기업가치가 9,000억원으로 나타났다』고 통보했다.
공식적으로 실사결과는 양사의 이의제기등 검토작업을 거쳐 이달말께 최종확정되지만 3개월이상의 검토를 거친 내용이 크게 달라지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ADL의 실사결과가 가지는 의미 = 지난해말 반도체 빅딜때와 마찬가지로 빅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LG반도체를 현대전자가 인수하게되는 반도체의 경우 ADL은 지난해 12월24일 반도체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로 현대를 선정, 발표했다. 당연히 현대는 실사결과에 한마디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유화의 경우는 전혀 달랐다. 평가결과를 받아본 지난 25일 현대는 ADL측과 4시간30여분동안 격론을 벌였다. 그만큼 실사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
유화는 결과에 관계없이 양 사가 동일지분으로 새 법인을 설립한다. 언뜻 평가결과가 무의미할 수 있지만 속사정은 무척 다르다. ADL의 실사결과 기업가치가 3,000억원 낮게 나타난 현대는 그룹으로부터 현물출자나 유상증자등 별도의 지원을 받아 상대 회사와 같은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동일지분으로 단일법인 설립에 참여할 수 있게된다.
현대로선 그룹차원에서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하는 셈이다. 부채비율 축소등으로 골머리를 앓고있는 처지에 생돈 3,000억원을 쏟아붓기가 쉽지않다.
◇현대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 양사의 「동일지분 참여」는 불가능하다. 현 상태에서 통합하면 적은 지분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현대석유화학을 삼성종합화학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아예 모든 절차를 거부하면 빅딜은 깨진다. 감당키 어려운 부채로 빅딜대상이 돼버린 현대석유화학이 금융권의 지원없이 독자생존하기는 힘든 상황. 가뜩이나 구조조정과정에서 「독식한다」는 비판을 들어온 현대로선 빅딜을 깼다는 비난여론을 무시하기 쉽지않다.
◇현대석유화학의 기대 = 현재 ADL의 평가결과를 뒤집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있다. 뒤집기 힘들다면 3,000억원으로 나타난 삼성과의 격차를 최소한으로 줄여 그룹의 부담을 덜어주어야할 절박한 처지다.
그러나 업계는 신화ADL이 지난해 반도체 실사후 LG로부터 제소위협을 당하는등 불명예를 입어 이번 실사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열심이었고 신화실사과정에서 삼성과 현대 양사가 충분히 협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극적인 뒤집기가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달말께 또 다른 평가기관인 세동회계법인이 현대에 유리한 실사결과를 내놓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동측이 ADL과 같은 방식으로 실사를 벌였고 기법상 ADL보다 나을게 없다는 점에서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