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길고 무덥게 느껴졌던 여름휴가. 설레는 마음으로 산이나 바다를 찾았다가 생활로 복귀한 뒤 뜻하지 않게 '바캉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휴가라는 것이 재충전의 기회로 삶의 활력을 주는 것이지만 해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무리한 일정과 소홀한 건강관리로 각종 질병에 걸려 고생한다.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캉스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이상증상과 질병 대처법을 삼성서울병원ㆍ세브란스병원ㆍ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피로누적과 수면장애
휴가에서 돌아온 뒤 극심한 피로나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휴가기간 동안의 불규칙한 생활로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휴가기간을 집에서 보냈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더위나 자유분방한 생활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이 많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놀다가 새벽이나 낮에 잠을 자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생활리듬이 깨지면서 일상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아 생기는 부작용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피로와 수면장애는 바캉스 증후군의 대표적인 현상.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근을 시작하기 하루 전에는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출근 후에는 일주일 정도 술자리나 회식자리를 피하고 일찍 귀가, 최소 하루 7~8시간의 수면을 취한다. 피로하다고 늦게까지 자거나 장시간 잠을 자는 것은 오히려 피로감을 더 느끼게 한다. 이런 날들이 연속되면 본격적인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낮 동안 피로가 느껴지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숙면을 취하는 것도 업무의 능률을 올려주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데 유용하다.
졸음을 몰아 내기 위해 커피나 드링크류를 많이 마시는 것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생체리듬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그 자체가 수면장애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피부손상
감기를 예방하거나 건강해 보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지만 피부 입장에서 태양에 노출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산이나 바다와 같은 야외에서 직접 내리 쬐는 강한 햇볕은 장시간 노출될 경우 화상은 물론 기미나 주근깨 같은 피부 질환과 노화를 촉진한다.
일광화상은 강한 햇볕에 노출된 후 피부가 붉게 부어 오르고 따가우며 심한 경우 물집이 생긴다. 이럴 때는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냉장 보관해 둔 차가운 물수건이나 얼음주머니를 마른 수건에 싸서 냉 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물집이 잡힌 경우라면 2차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을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광 화상이 생기고 난 후 피부관리는 건조하지 않게 유지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몸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하루 7~8잔의 물을 마시는 것도 잊지 말자. 차가운 오이로 마사지를 해주면 수렴ㆍ보습작용을 함께 해주므로 피부를 보호하는데 도움을 준다.
세안 후 바르는 화장수를 냉장 보관했다가 솜에 묻힌 후 피부에 잠시 덮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근깨나 잡티와 같이 태양에 의해 피부가 흑화 되는 현상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시간이 지나면 탈색된다.
그러나 기미는 빨리 없어지지도 않고 없애는 방법도 쉽지 않아 자외선 차단제 등을 충분히 발라 더 이상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타민 A나 항산화작용이 있는 비타민 C, E가 포함되어 있는 화장품이나 항산화제 보충제는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와 기미와 같은 색소 이상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
▶ 눈병
해수욕장이나 수영장에서 감염되기 쉬운 유행성 눈병도 바캉스가 끝난 후 자주 발생하는 후유증이다. 유행성 눈병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 없이도 1~2주 정도면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염력이 매우 강하므로 가족 중에 눈병 환자가 발생하면 전염을 막기 위해 자주 손을 씻고 손으로 눈을 직접 비비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환자와 수건을 따로 쓰는 등 개인 위생 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바이러스성 눈병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나을 수 있지만, 2차적으로 세균 감염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스스로 안약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은 눈병을 크게 악화시키거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 귓병
물놀이는 즐겁기는 하지만 자칫 각종 귓병에 걸려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발생하는 귓병의 대부분은 세균성 외이도염으로 귓속 외이도(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통로)의 점막이 붓고 진물이 흐르게 된다.
통증이 심할 경우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사용하고 항생제 연고를 면봉에 묻혀 외이도에 발라주면 호전된다.
그러나 의약분업으로 순수 항생제 연고의 구입이 불가능하므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아야 한다. 세균성 질환에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는 연고를 잘못 사용할 경우 증상이 더 악화되므로 아무 연고나 바르는 일은 삼가야 한다.
▶ 설사
바캉스 후유증 중에서 가장 흔한 질병은 급성 복통과 설사, 구토를 동반하는 급성 세균성 장염과 바이러스성 장염이다. 장염이 발생하고 난 후에는 소화 능력이 떨어져 소화불량이나 설사, 복통 등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우유나 유제품의 섭취를 피한다.
박상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