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페라가 '쿨(cool)'해졌다. 지난 13~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공연된 오페라 '천생연분'은 재즈나 크로스 오버 음악이 어울릴 법한 '쿨'이란 용어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천생연분'은 오영진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원작으로 이상우가 대본을 다시 쓰고 임준희가 곡을 붙였다. 연극 무대에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양정웅씨가 연출을 맡아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미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공연을 했을 때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던 터라 관객들의 관심도 컸다. 하지만 맹진사댁 경사는 해외 유명 작곡가에 의해 88년에 이미 오페라로 만들어졌고 한국인에게 친숙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대와 함께 염려가 섞였던 작품이다. 나흘 내내 관객을 꽉 채운 '천생연분'은 우려를 씻어 내며 한국 오페라의 장기 공연 가능성을 제시했다. 마치 한폭의 현대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무대와 물 흐르듯이 유려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구조, 까다로운 현대 음악 기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우리 전통의 선율을 잘 부각시킨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현대 오페라를 정갈하면서도 매력 넘치는 무대 예술로 끌어 올렸다. 현대적인 감각에 맡게 바꾼 줄거리와 무대 디자인, 젊은 신예 연출자의 톡톡 튀는 감각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소다. 맹진사가 노래하는 '초시 초시 줄초시'와 4명의 주인공 서향ㆍ서동ㆍ이쁜이ㆍ몽환이가 2막에서 부르는 4중창 대목은 공연 끝난 뒤에도 흥얼거릴 수 있는 대중적인 아름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