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006400)가 대외 불확실성에 발목 잡힌 국내 증시의 약세장 속에서도 한 달 만에 40% 가까이 급등하면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의 본격 가동을 앞둔 가운데 최근 불거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계기로 친환경 전기차의 대중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I는 전일 대비 1.96%(2,000원) 오른 10만4,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날 두 달여 만에 주가 10만원을 돌파했던 삼성SDI는 이날 장중 한때 5%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4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삼성SDI 주가는 2·4분기 '어닝쇼크'의 충격으로 7월 1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8월에는 8만원선마저 붕괴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7만6,800원을 저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불과 한 달 만에 주가가 35% 넘게 뛰어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6.4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삼성SDI 주가가 최근 꾸준히 상승한 것은 자동차용 전지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까지 더해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한 삼성SDI의 3·4분기 영업이익은 67억원으로 전 분기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SDI의 연간 영업이익도 올해 309억원에서 내년 2,072억원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삼성SDI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 정부의 세제혜택과 보조금, 인프라 확대, 가솔린 자동차 규제 강화 등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에만 중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판매량에 육박하는 7만2,711대를 판매해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 전기차 시장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변함없는 '러브콜'도 주가 하락을 막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은 채 22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면서 삼성SDI 주식 2,150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이 기간 연기금의 순매수금액도 840억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의 삼성SDI 주가 상승세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높은 연비와 친환경성을 자랑하던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확산돼 전기차 보급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기존의 실적개선 외에도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한 것이다. 시장에서도 최근 '폭스바겐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폭스바겐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생산과 판매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삼성SDI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맞춰 한국투자증권은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1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목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 리콜 사태로 유럽 전기차 시장의 확대가 가속화되면 유럽 완성차 고객 비중이 높은 삼성SDI의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며 "삼성SDI는 내년 전기차 배터리 매출 1조원 돌파와 더불어 중대형 전지사업의 적자 규모도 큰 폭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