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증시의 등락폭이 커지면서 정부 규제로 침체하던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달 거래량은 물론 거래대금이 지난 해 말보다 40~50% 가량 늘고 새롭게 상장되는 ELW도 1,300여 개에 육박할 정도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하루 평균 ELW 거래량은 12억545만1,982주로 전년 말(12월 8억6,101만8,723주)보다 3억4,443만3,259주 가량 늘었다. 지난 달 하루 평균 ELW 거래대금도 1,302억원으로 지난 해 12월(899억원)과 비교해 50% 가량 크게 증가했다. ELW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억주를 웃돌고,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 해 3월 이후 처음이다. ELW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한과 증거금 인상 등 정부 규제 여파로 지난 해 크게 감소한 바 있다. 2011년 하루 평균 거래량은 40억~60억주에 이르고 거래대금도 1조원 이상에 달했으나 지난 해 거래량은 10억주 아래로, 거래대금은 1,000억 원 이하로 급감했다.
정부 규제란 혹한 속에 꽁꽁 얼어붙었던 ELW 시장에 다시 온풍이 불고 있는 것은 올 들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LW는 특정종목이나 지수를 미래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팔거나 살 수 있는 권리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증권사 ELW 관계자는 “올 초 2,000선을 육박하던 증시가 이후 등락을 거듭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 재정절벽 우려나 유럽 재정위기, 원화강세 등 변수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 투자자들이 변동성 장세에 ELW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가 자율적으로 최소 발행규모 기준을 바꾸면서 ELW 상장이 크게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 측 관계자는 “지난 해 말 증권사들의 요청으로 ELW 관련 회의를 주최한 바 있다”며 “이 자리에서 참석한 각 증권사들은 ELW시장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최소 발행 규모를 인덱스는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주식형도 30억원에서 10억 원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신규 상장한 ELW는 1,309개로 2012년 12월(1,164개)보다 20% 가량 늘었다. 이는 2011년 12월(1,421개) 이후 최대 규모로 지난 해에는 매월 800~1,000개 가량의 ELW가 새롭게 상장된 바 있다.
다만 ELW시장 활성화가 투자자 위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당국이 불법이라고 지목한 사설 프로그램 등의 활동이 늘고 있는 정황이 ELW 거래과정에서 자주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하는 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있으면 매수와 매도 주문 체결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대부분 호가 변경 때 매수토록 하는 불법사설 프로그램으로 혹여 ELW시장 활성화가 불법 금융투자업체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불법 금융투자업체의 경우 ELW 투자에 따른 피해를 구제 받을 길도 없다”며 “투자자들은 지금껏 위험관리 부분을 철저히 보강해온 증권사 등 전문기관에서 투자해야만 수익은 물론 안전성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LW시장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도입된 조기종료 ELW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한 점도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조기종료 ELW시장은 지난 2010년 1월 도입한 제도. 도입 당시 하루 거래량이 수억 주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거의 제로(0)에 가까운 상태다. 새롭게 상장하는 조기종료 ELW도 도입 첫해 315개에 이르렀지만 2011년 124개로, 지난 해 32개로 감소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