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복판 경복궁 옆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현장에서 13일 오전 11시20분께 화재가 발생해 1시간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지하 3층의 기계실에서 시작된 이 불로 현장 근무자 4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고, 18명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타워크레인 작업자 한 명도 지상으로 대피하던 중 20여m 아래로 추락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중태다.
이날 화재는 비교적 피해규모가 커 검은 연기가 경복궁 주변을 뒤덮을 정도였으며, 경복궁경내를 관람하던 관광객과 인근 주민들이 일제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매캐한 연기는 정부중앙청사를 비롯한 세종로 등 시내 중심가까지 퍼졌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소방대원 160여명과 차량 30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나 현장 면적이 넓고 유독가스가 심해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지하 3층에서 우레탄으로 방수ㆍ단열작업을 하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이 난 현장은 페인트와 우레탄, 가스 등 인화성 물질을 많이 쓰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하 3개층 면적이 3만1,000㎡에 이르고 신축 공사장이다 보니 이렇다 할 소방시설도 없었다”며 “실내에는 스티로폼과 샌드위치 패널 등 불이 잘 붙는 단열재가 많이 널려 있어 진화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서울관은 지난 2009년 1월15일에 이명박 대통령이 옛 기무사부지에 국립미술관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건립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근대건축물로서 등록문화재인 기무사령부 본관 건물의 보존과 조선시대 종친부 건물의 이전이 논의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기무사 본관과 종친부 건물은 이번 화재로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관은 공사비 753억원을 들여 2만7,303㎡ 부지에 연면적 5만2,627㎡의 지하3층~지상 3층 규모로 조성돼 내년 1월30일 개관을 앞두고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 한편 안전수칙 위반 등 위법행위 여부를 조사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화재 범위나 피해규모를 가늠할 수 없어 공사가 얼마나 지연될지, 개관 예정일이 연기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확인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