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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이명과 불면증, 정서불안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명은 남들이 모르는 병이다. 외부에서 소리자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모기나 매미 소리, 기계음 등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귀에서만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답할 수밖에 없다. 주변에 고통스럽다고 밝히면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렇다고 환청도 아니다. 환청은 귓속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오히려 정신질환에 가깝다.
혹자는 강인한 이미지의 군인과 이명은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명은 군인들에게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군인의 직업적 특성상 총과 대포 등 자주 소음에 노출되다 보니 귀 안의 감각세포가 손상을 받을 경우 소음성 이명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소음에 노출된다고 해서 이명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음에 약할 수밖에 없는 신체환경이 더 문제일 수 있다. 군대에서 발병한 이명으로 내원한 환자들을 상담해본 결과 대부분이 무척 피곤한 상태에서 이명 증상을 경험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극심한 피로로 면역력이 교란된 상태였기 때문에 소음을 견뎌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명은 외부 음원 발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기나 매미 소리, 기적음 등이 지속적으로 들리는 것을 말한다. 증상만 놓고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환자 당사자에게는 극심한 수면장애와 식욕부진, 정서불안 등을 야기하고 우울증까지 동반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명 증상은 청각기관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과거에는 소음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오히려 사무직과 전문직, 서비스직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군에서 이명 발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이명의 원인이 이제 소음보다는 스트레스나 과로, 피로누적, 식습관 등 현대인들의 잘못된 생활요인에 의한 면역기능 이상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한의학에서는 이명 치료의 최우선을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 둔다.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체열로 나타나는데 보통의 이명 환자들은 흉부와 안면부 등 가슴 위쪽의 상열감을 함께 호소한다. 이때는 황금·조구등·백질려와 같은 청열 한약재를 이용해 달궈진 체열을 식히고 더 이상 열이 오르지 않게 녹용과 산수유를 이용해 간과 신장 등 약해진 장기를 강화하는 처방을 한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적 관리가 중요하다. 인체는 고강도의 단발적인 스트레스보다 지속적인 저강도의 스트레스 노출에 더 큰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취미활동이나 운동, 레저생활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